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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교수 “원화 약세, 한국 경제 신뢰 하락의 결과”[전미경제학회]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09:00

수정 2026.01.06 09:00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가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가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필라델피아=이병철 특파원】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할 요인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주요한 이유다."

2026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참석차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방문한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5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올해 전미경제학회의 트렌드와 한국 경제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전했다.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인 김 교수는 환율 문제를 먼저 거론했다. 지난해 달러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연말 정부의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서학개미나 대기업 등 특정 집단을 찾아 원인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한국에 투자되는 자금이 늘어나야 환율이 안정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업이나 산업군은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해법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민간 주도 성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시대에 맞게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관련해 정부가 섣불리 시장의 판을 깔거나 승자를 선정하는 등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민간이 하고 싶은 대로 두고, 이후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전미경제학회에서 논의된 관세 정책에 대한 학계의 전반적인 평가도 전했다. 그는 "이번 학회에서 관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물가 상승, 기업 비용 증가, 고용 위축 등 부정적인 효과를 지적하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 정책의 효과는 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며 "성장률, 물가, 고용 같은 거시 지표는 여러 충격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은 괜찮아 보일 수 있어도, 시차를 두고 부작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이번 학회의 핵심 화두였다. 김 교수는 "AI 관련 세션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등장했다"며 "거시경제와 국제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 노동시장, 데이터 사이언스, 정책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들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 투자 열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얼마나 빠르게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며 "이 때문에 일부 세션에서는 AI 투자에 일정 부분 '버블'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함께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는 AI 관련 투자와 지출이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지만, 기대했던 성과가 지연되거나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시장 심리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점도 학계에서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버블 붕괴로 이어질지 여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