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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공직자 아니라 국민 중심으로 재편돼야" 김기원 서울변회 부회장 [인터뷰]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10:44

수정 2026.01.06 10:44

"사법관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국민·변호사에게 권한 분산 필요"
"디스커버리·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으로 민사소송 실효성 높여야"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변호사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기자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변호사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법관 중심의 기존 사법제도에서, 이제는 국민과 변호사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법개혁이 새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단순한 대법관 증원 논의를 넘어 '공직자 중심성'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변호사시험 5회)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판사·검사·경찰 등 이른바 '사법관'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사법구조가 "국민과 그 권익을 실질적으로 대표하지 못한다"며 국민과 이를 대리하는 변호사 중심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제언했다.

김 부회장은 "다원적 사회에 걸맞은 사법제도는 국민과 변호사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기회가 보장되는 구조"라며 "현재 법원과 사법관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하는 데서 개혁이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과거 사건에 대한 조사권'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증인 신문 △증거 확보 △현장 조사 권한이 대부분 법원에 집중돼,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결정하지 않는 한 일반 국민이나 변호사가 기업이나 상대방을 상대로 실효적인 증거 수집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민사소송에서 국민과 변호사가 증거를 확보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며 "미국처럼 변호사에게 민사 분야의 조사권을 부여하는 개념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전 단계에서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당사자 간 증거를 상호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다. 정식 재판에 앞서 당사자가 사건과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직접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는 문서 제출 요구, 서면 질문, 증언녹취 등을 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법원의 제재도 가능하다. 정보와 권한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을 같은 출발선에 세우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변호사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기자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3일 변호사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기자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민사소송 손해배상액의 실질화',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민사소송의 문제 해결력이 약한 가장 큰 이유는 손해배상 인정액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져도 '돈을 내고 말자'는 식으로 장기적인 소송전을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분쟁 해결이 형사 고소로 쏠리는 구조를 바꾸려면 민사상 배상 수준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디스커버리 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맥도날드 할머니 사건'으로 불리는 1992년 미국의 '라이백 대 맥도날드' 판결을 언급했다. 당시 79세 여성인 라이백은 맥도날드 커피를 쏟아 3도 화상을 입었고, 디스커버리 절차를 통해 맥도날드가 커피의 위험성을 장기간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부 자료가 공개됐다. 그 결과 맥도날드에 대해선 이틀간의 커피 판매 수익에 해당하는 270만달러(약 40억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한편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도입 등 변호사와 의뢰인 간 소통 내역을 수사기관이 함부로 압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다만 김 부회장은 변호사 권한 확대와 함께 윤리적 책임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윤리적 책임도 커져야 한다"며 "권한을 악용할 경우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수준의 강력한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