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형간염, RSV 백신 등 빠져
의료계 "아이들 건강 위협" 반발
의료계 "아이들 건강 위협" 반발
5일(현지시간) 미 보건복지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여러 선진국 사례를 검토한 결과, 미국 소아 예방접종 관행에 대한 과학적 평가 권고안을 수용해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 실행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새 권고안에 따라 CDC는 아동 예방접종 범주를 △모든 아동에게 권장되는 예방접종 △특정 고위험군·집단에 권장되는 예방접종 △공유된 임상 결정에 기반한 예방접종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첫 번째 '모든 아동에게 권장되는 예방접종'으로 11가지를 제시했다.
대상 항목은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풍진 △소아마비 △백일해 △파상풍 △디프테리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폐렴구균 질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수두 등이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CDC가 모든 아동에게 권장한 17가지 예방접종 대상에서 6가지가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CDC는 HPV 백신도 "1회 접종이 2회 접종과 동일한 효과를 보인다"는 결론을 내고 접종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줄이기로 했다.
또 이전까지 모든 아동에게 권장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A·B형 간염 △뎅기열 △수막구균성 질환 등 예방접종은 특정 고위험군·집단에만 권장하고, △로타바이러스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등은 임상 결정에 기반한 예방접종 대상으로 분류해 의사 판단이 있을 경우에만 접종을 권장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이번 권고안이 20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비교 검토 결과 만들어진 것으로, 덴마크의 경우 10개 질병에 대해서만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선진국들 사례를 검토하고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조처하라'고 지시했다"며 "증거를 철저히 검토한 끝에 우리는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소아 예방접종 일정을 국제적 중론에 맞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코로나19를 비롯해 각종 질병 예방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회의론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백신 관련 보건 정책을 축소·폐지한 바 있다.
미 소아과학회의 숀 오리어리 박사는 "세계 각국이 자국 인구의 질병 수준과 보건 시스템을 바탕으로 백신 권장 사항을 신중하게 결정한다"면서 "공중보건 정책을 단순히 복사해서 붙여 넣을 수는 없는데, 미국 정부가 지금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미국 AP통신에 말했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태로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네소타대 백신 연구자 마이클 오스터홀름 또한 "인플루엔자, 간염, 로타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 권장을 포기하고, 공개적인 평가 절차 없이 HPV 권장을 변경하는 것은 미국 어린이들의 입원 및 사망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CDC 국장을 지낸 맨디 코헨 역시 "보건복지부의 백신 권고 변경은 자녀를 중증 질환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가정에 혼란과 장애물만 더할 뿐"이라며 "미국이 어린이와 가족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노력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는 "미 정부가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덴마크의 경우 인구가 약 600만명으로, 콜로라도주나 미네소타주와 비슷한 규모"라고 짚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전체 인구는 3억4000만명이 넘는다. 이를 두고 덴마크 국립대학병원의 소아과 의사 론 그라프는 "덴마크와 미국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