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법정에 선 베네수엘라 마두로, 빈 자리는 측근이 채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14:31

수정 2026.01.06 14:30

베네수엘라 마두로, 5일 美 법원 출석
"나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며 3일부터 납치되었다" 강조
美 검찰이 제기한 4가지 혐의 모두 부인. 영부인 역시 무죄 주장
"전쟁 포로" 주장하며 석방 노려, 다음 심리는 3월 17일
베네수엘라에서는 측근 로드리게스가 임시 대통령 취임
민주화 야권 인사 대신 기존 마두로 인사가 공백 채워
애초에 현지 군부 달래기 위해 야권 인사는 배제
야권 지도자 마차도, 트럼프 '노벨상' 가져간 괘씸죄 가능성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일(현지시간) 법원 출석을 위해 미국 뉴욕의 맨해튼 헬기 착륙장에 도착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5일(현지시간) 법원 출석을 위해 미국 뉴욕의 맨해튼 헬기 착륙장에 도착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법정에 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을 "전쟁 포로"라고 선언하고 기나긴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현지에서는 마두로를 대신할 임시 대통령이 들어섰으나 기존 마두로 정부 인물로 야권 주도의 정권 교체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나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됐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두로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했다. 해당 절차는 피고에게 검찰의 기소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판사는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면 본 재판 없이 형량을 결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재판이 진행된다.



63세의 마두로는 법원에 도착해 통역용 헤드폰을 착용했다. 이번 절차를 주재한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92)는 미국 남부연방지방검찰이 마두로에게 제기한 4가지 혐의에 대해 읽고 "귀하는 니콜라스 마두로가 맞습니까?"라며 신원을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마두로에게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의 소지 및 소지 공모를 포함한 4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마두로는 스페인어로 "나는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대통령이며 1월 3일부터 이곳에 납치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마두로는 "나는 결백하다. 나는 무죄다.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내 나라의 대통령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나는 전쟁포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 동석한 베네수엘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여사 역시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 판사에게 "베네수엘라의 영부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무죄다. 완전히 결백하다"고 밝혔다. 심리는 약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마두로의 변호인은 61세 베리 폴락으로 과거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방첩법 위반 사건에서 어산지를 변호했다.

미국 매체들은 마두로가 스스로 "전쟁 포로"라고 묘사한 부분에 주목했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포로는 무력 분쟁에서 포획·구금된 합법적 전투원이고, 분쟁 종료 시 석방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지 법조인들은 마두로 재판이 일반 형사 재판으로 진행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검찰은 마두로가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수천t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했다며 보고 있다. 마두로의 형량은 해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다음 심리 기일은 3월 17일로 예정되었으나,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본 재판 개시까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왼쪽)이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과 마주보고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왼쪽)이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과 마주보고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마두로 측근들, 대통령 공백 채워
베네수엘라에서는 기존 마두로 정부의 측근들이 마두로의 공백을 채웠다. 5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56)은 수도 카라카스의 국회의사당에서 친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60) 앞에서 선서를 마치고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남매 모두 마두로의 최측근이다. 로드리게스는 취임 선서 이후 "나는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칭하면서 "나는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와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로드리게스는 좌익 게릴라 집안 출신으로 과거 석유장관을 겸임하면서 경제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마두로는 2018년 로드리게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면서 "젊고 용감하며 노련한, 순교자의 딸이자 혁명가로서 수천 번의 전투를 겪어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나포 당일이었던 3일에 저항 의지를 드러냈으나, 4일엔 매우 완곡한 어조로 "우리나라가 존중과 국제 공조의 환경 속에서 외부 위협 없이 살기를 갈망한다"면서 미국과 협조를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5일 관보에 비상선포문을 게시하고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지난 3일 발생한 마두로 부부 나포를 지지 및 조장하거나 지원한 사람들을 즉각 수색 및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선포문에는 이외에도 정부군과 민병대 총동원령, 공공 서비스 시설 및 석유산업 군사화, 국경 지대 병력 증강 및 순찰 강화 등이 명시됐다.

트럼프는 같은 날 미국 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전쟁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마약을 파는 사람들과 전쟁 중"이라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로드리게스와 협력하고 있다며 그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페인어로 유창하게 소통한다. 그들의 관계는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보도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에게 향후 베네수엘라 권력 승계에 대한 비밀 보고서를 올렸다고 전했다. CIA는 트럼프에게 현지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아 마차도 전 국회의원이 베네수엘라 군부와 기타 여권 세력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며, 마두로 정부 인사를 다시 중용하라고 권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소식통을 인용해 마차도가 지난해 트럼프가 그토록 원했던 노벨평화상을 받아가는 바람에 베네수엘라 국정에서 배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는 5일 인터뷰에서 마차도를 겨냥해 "그는 그 상을 받아서는 안 됐다.
하지만 그건 내 결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아 마차도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1월 9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아 마차도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1월 9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