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과자 미결제에 檢 기소유예
헌재 "중대한 수사미진, 증거판단 잘못"
헌재 "중대한 수사미진, 증거판단 잘못"
[파이낸셜뉴스]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1500원짜리 과자를 결제하지 않아 절도 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재수생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해당 처분을 취소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잘못 판단했다는 취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18일 재수생 김모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를 상대로 낸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김씨는 2024년 7월 24일 밤 경기도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과자 1개를 고른 뒤 계산 과정에서 1500원 상당의 과자를 결제하지 않고 가지고 나온 혐의를 받았다. 또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하지 않은 채 냉동고 위에 올려뒀다 녹아 판매할 수 없게 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는 사건 당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느라 부주의해 과자를 결제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피해 점주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변상했고, 점주 역시 김씨가 지인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정식 사과를 받았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담은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같은 해 9월 김씨에 대해 타인의 재물을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과 환경,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다만 향후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상 불이익이 남는다. 김씨는 이 같은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같은 해 11월 19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수사가 이뤄진 내용만으로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김씨의 고의가 인정된다거나 과자에 대한 김씨의 절취가 고의로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 비춰볼 때 아이스크림이 냉동고 위에 올려졌을 뿐 가져갔다고 보기 어려워 절취행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자 미결제 부분에 대해서도 "아이스크림 4개의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구매한 상품을 담을 비닐봉지값 50원까지 별도로 입력해 결제하기도 했다"며 "유독 고의로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했을 이유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김씨의 모친과 점포 주인이 친구 사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1500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검찰이 김씨가 계산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조작한 점을 들어 "결제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헌재는 "음악 청취 등 다른 용도로 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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