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북극항로 시대, 해군 쇄빙함정 준비하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18:10

수정 2026.01.06 19:02

박정환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국방무관
박정환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국방무관
지난해 12월 초, 대한민국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다낭에 기항했다. 현장에서 준비와 지원을 담당한 관계자들의 헌신적 노력 속에 이번 기항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최신 훈련함 한산도함에 승선한 해군사관생도들이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가 한층 성숙해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순항훈련은 생도들에게 세계 해양환경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이러한 훈련이 앞으로는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북극항로로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강대국이 쇄빙능력을 갖춘 군함 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과학연구나 탐사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해군력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 역시 이러한 흐름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우리 조선산업은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곧 차세대 해군 함정 개발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된다. 특히 장래에는 구축함, 호위함, 상륙함뿐 아니라 항공모함과 같은 대형 함정에도 쇄빙구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 우리 해군은 항공모함 건조를 여러 차례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항공모함이 대함 미사일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작전적 한계 때문에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다. 물론 작전 운용상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고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방위력과 방위산업의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하다.

쇄빙능력을 갖춘 항공모함과 대형 함정은 단순한 전력 건설을 넘어 세계 조선산업과 방위산업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강대국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운용한다면 국제 해군 시장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은 훨씬 넓어진다.

특히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점에 한국이 쇄빙능력 함정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국방과 산업 양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해군력의 미래는 단순히 함정을 몇 척 더 갖추는 것에 있지 않다. 전략적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작전 개념을 제시하며, 동시에 방위산업 국가로서의 길을 주도하는 데 있다. 쇄빙능력을 갖춘 차세대 함정 개발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선택이다.


북극항로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대한민국 해군이 이 변화의 파고를 앞서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군사적 차원을 넘어 국가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박정환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국방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