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일상 위협하는 금융사기, 책임 나눠야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18:12

수정 2026.01.06 18:12

서지윤 금융부 기자
서지윤 금융부 기자
최근 지인이 로맨스 스캠을 당할 뻔했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이성이 매일 아침 애정 표현이 가득한 모닝콜을 해주더니 어느 날 신분증 사본을 요청하고, 수천만원을 송금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연구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연기됐다는 등 사기인 줄 알고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약한 고리는 있다. 금융사기는 이제 개인의 감정과 상황을 파고드는 '맞춤형 구애'로 진화했다.

사기범은 다른 SNS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또다시 구애를 했다고 하니 그 수법이 얼마나 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금융사기와 스캠은 모두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가 2만1588건에 달한다. 피해액을 다 합치면 1조1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가량 늘어났다.

그러자 정부가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금융회사의 배상책임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계좌 소유자가 금융사기범에게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하더라도 송금 은행은 물론 수취 은행도 피해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당정이 추진하는 이 제도는 '무과실 배당책임제'로 불리고 있지만 법안을 살펴보면 금융사의 과실 여부를 따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사가 이용자에게 예상 피해를 알렸을 경우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등 책임면제 기준을 명시해뒀다.

이처럼 당정이 추진하는 제도의 핵심은 '무과실'이 아니라 책임 분담에 있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심리적으로 압박받는 피해자들을 질책하는 대신 사기를 막을 수 있었던 지점에서 누가 무엇을 놓쳤는지 따지고, 그 책임을 합리적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당정이 금융사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한 배경도 주목해야 한다. 시행 중인 자율배상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금융사의 비대면 금융사고 자율배상 건수는 총 45건에 불과하고, 배상액은 2억원이 안된다. 같은 피해를 당해도 해당 금융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보상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다.


배상 부담이 커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상한도가 높게 설정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이 우려를 표하는 '도덕적 해이'나 '불명확한 면제 기준'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는 제도를 부정할 이유가 아니라 보완해야 할 과제라는 판단이다.

stand@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