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당장 살 집 없는데 ‘공급 확대’ 계획만 "착공~입주 시차 줄이고 체감 높여야" [다시 짜는 부동산정책 (하)]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6 18:14

수정 2026.01.06 18:14

2030년까지 135만가구 공급 목표
물량 상당수 착공·계획 단계 머물러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 필요
서울 작년 4만8천 → 올해 2만9천
정비사업 지연되며 도심 입주 공백
전문가들, 기존 주택의 순환 강조
비아파트 공급도 보완책으로 제시
당장 살 집 없는데 ‘공급 확대’ 계획만 "착공~입주 시차 줄이고 체감 높여야" [다시 짜는 부동산정책 (하)]
새 정부는 출범 이후 6·27, 9·7, 10·15 등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135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계획을 제시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도 2026년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공공택지 착공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장에서 느끼는 공급은 다르다. 계획상 공급은 늘었지만, 당장 체감되는 입주 물량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더 짓겠다'는 선언과 '지금 살 수 있는 집'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공급 체감' 없는 중장기 대책만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6·27 대책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당시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 기조를 분명히 하며 중장기 공급 물량을 제시했다. 이어 9·7 대책에서는 2030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0·15 대책에서도 수요 억제 기조와 함께 공급 확대 메시지를 병행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들 정책에서 제시된 공급 물량 상당수가 착공 또는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발표 기준으로는 대규모 물량이 제시됐지만,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공급이 늘고 있다'는 설명보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만, 이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 등 주요 주택 통계를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약 4만7000~4만8000가구에 그치고, 올해는 2만4000~2만9000가구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 평균인 3만7000가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과거 인허가·착공 부진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본격화되면서, 공급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실제 입주 물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착공 물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바로 시장에 공급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착공 이후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계속 체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착공 확대보다 입주로 이어지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심 공급 공백도 체감 부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재건축·재개발이 신규 공급의 핵심인데, 정비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도심 내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정비구역 해제와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이 중단된 영향이 시차를 두고 현재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매·정비 중심 공급과 별도로,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110만가구 확보를 목표로 한 주거복지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물량은 장기 거주를 전제로 한 복지 성격의 공급으로, 시장 거래를 통한 체감 공급과는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가격 안정 효과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더 짓겠다'보다 '빨리 돌게' 해야

정부는 공급 속도 제고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발표된 물량이 어떤 시점에, 어떤 형태로 시장에 풀리는지에 따라 정책 효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급 정책의 초점 역시 '속도'보다 '작동 방식'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올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착공 5만가구 이상, 분양 2만9000가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천계양 등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서는 2026년 최초 입주도 예고됐다. 국토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30년까지 착공을 목표로 제시된 물량은 누적 37만2000가구다. 다만 이들 물량 대부분이 중장기 공급에 해당하는 만큼, 단기간에 체감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내려면 발표 시점보다 실제 입주 시점이 더 중요하다"며 "계획과 착공 중심의 공급 확대만으로는 체감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공급 계획보다 기존 주택이 거래와 이동을 통해 시장에서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는지가 체감 안정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주택이 실제 시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심 정비사업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신규 택지 확보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외에 뚜렷한 공급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이 신규 부지를 확보해 공급할 여지는 거의 없고, 결국 기존 주거지를 정비해 추가 물량을 만드는 방식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다"며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공급은 계획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확보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는 입지 선정과 환경 평가, 지구 지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도심 정비사업이나 기존 주택의 순환을 촉진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단기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공 주도의 공급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한 공공 공급은 일정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민간 참여를 적극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건설사의 사업성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로 현행 제도 환경에서는 참여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원석 교수는 "민간 공급을 늘리려면 건설사가 실제로 사업에 나설 여건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용적률 규제 등 사업성을 제약하는 제도에 대한 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주택을 통한 보완적 공급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상대적으로 단기간 공급이 가능하지만, 주택 수 산정과 세제 부담으로 시장 기능이 위축돼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비아파트 주택은 도심에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주택 수 규제로 인해 투자와 임대 모두 위축돼 있다"며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주택 수 제외나 세제 완화 같은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공급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물량을 제시했느냐보다 그 물량이 실제 시장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선 착공과 입주 간 시차를 줄이고, 도심과 기존 주택 시장에서 물량이 원활히 순환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병목을 해소하는 것이 공급정책의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