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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시대…지멘스·엔비디아, 디지털 트윈으로 산업 판 바꾼다 [CES 2026]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7 04:15

수정 2026.01.07 03:48

CES 2026 지멘스 회장 기조연설
롤란트 부시 지멘스 CEO(사진 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6 무대에서 양사 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임수빈 기자
롤란트 부시 지멘스 CEO(사진 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6 무대에서 양사 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사진=임수빈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임수빈 기자】독일 전통 기술 기업 지멘스가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무대에서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글로벌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가상 모형) 기술을 제조 공장 건설 및 관리 등에 적극 적용한다는 목표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공장과 인프라, 설비 등 현실 세계에 직접 적용되는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산업 현장의 설계·제조·운영 전 과정에 AI를 깊숙이 결합하겠다는 시도다.

롤란트 부시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6 첫 기조연설에서 "증기기관은 사회를 바꾸는 데 60년, 전기는 30년, 컴퓨터는 15년이 걸렸지만 AI는 7년 이내에 우리가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에 내재화될 것"이라며 "AI가 공장과 인프라에 들어가면 오류를 사후에 처리하는 단계를 넘어 문제를 예측하고 스스로 작동하는 산업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멘스는 엔비디아와 함께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내놓는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세계와 똑같은 물리 법칙 등이 적용되는 '쌍둥이'를 만들고, 여기서 수많은 실험을 수행해 최적의 조건을 찾은 다음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부시 CEO는 "산업 현장에 적용될 때는 AI 할루시네이션(환각)이 있어선 안 된다"며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려면, 디지털 트윈을 통해 물리적 조건과 결과를 먼저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트윈 활용 시 제조 기업들은 위험한 실험을 부담 없이 수행할 수 있고, 비용과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지멘스는 이날 공개한 '디지털트윈컴포저' 소프트웨어와 '엑셀러레이터' 등 데이터를 제공하고, 엔비디아는 가상환경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양사의 디지털 트윈 협업은 강화된다. 부시 CEO는 "엔비디아와 함께 산업용 AI의 운영체제(OS)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 세계가 설계·구축·운영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다"며 "고객사는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 더 빠르게, 더 높은 품질과 효율성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 연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무대에 깜짝 등장해 양사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지멘스와 엔비디아는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디지털 트윈 구축을 위해 협력하는 등 꾸준히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또 황 CEO는 자사 차세대 GPU인 '베라 루빈'을 언급하며, AI 인프라가 단일 반도체 차원을 넘어 초대형 산업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시점에서 디지털 트윈이 중요하다고 봤다. 루빈은 랙(Rack) 단위로 수백 킬로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는 고집적 AI 시스템으로,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전력·열 관리, 네트워크, 운영 공정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황 CEO는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일수록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차세대 GPU는 하나의 칩이 아니라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운영까지 포함한 거대한 산업 시스템"이라며 "이처럼 복잡한 설비는 디지털 트윈 없이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자동차 공장이나 조선소, 반도체 팹(공장), AI 데이터센터까지 어떤 복잡한 산업 시설도 디지털트윈 없이 설계·건설·운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