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도시공학과 최열 교수팀, 16년 추적 데이터 분석
[파이낸셜뉴스] “집을 사면 더 행복해질까?”
주택 소유가 삶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보편적이지 않으며 소득 수준과 생애주기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학교는 도시공학과 최열 명예교수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년에 걸친 한국복지패널 장기 추적자료를 활용해 주택 소유의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를 구분해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개인의 안정성, 자산 형성,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돼 왔다.
특히 우리 사회에선 ‘내 집 마련’이 삶의 만족과 직결되는 것으로 여겨지며, 주거정책 역시 자가 보유 확대를 주요 목표로 설정해 왔다.
그러나 주택 소유가 실제로 모든 계층과 생애주기에서 동일한 삶의 만족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장기적·실증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동일 개인을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패널자료의 강점을 활용해 주택 소유의 ‘단기 전환 효과’와 ‘장기 지속 효과’를 명확히 구분하는 분석틀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최소 10년 이상 조사에 참여한 2860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순서형 패널 로짓 모형과 Mundlak 보정을 활용해 개인 내 변화와 개인 간 구조적 차이를 동시에 고려하는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저소득 가구는 장기적으로 자가 거주를 유지할 경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지만, 임차에서 자가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대출 부담과 재정 압박으로 만족도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수반되는 대출 부담과 재정적 압박이 단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중·고소득 가구에서는 장기적인 자가 거주 상태 자체가 삶의 만족도와 오히려 부정적인 관계를 보이며, 주택 소유가 반드시 주관적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거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현상과 관련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서 가장 일관되게 강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주택 소유 여부가 아니라 근린 만족도였다. 거주 지역의 환경과 생활 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역시 크게 높아졌으며, 이런 효과는 소득 수준과 생애주기에 관계없이 모든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이런 결과는 주거정책이 소유 중심 접근을 넘어, 지역 환경과 생활 여건의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열(교신저자) 교수와 손희주(제1저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주택 소유의 효과가 획일적이지 않다는 점을 장기간 실증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주거정책은 단순히 자가 보유를 장려하는 방향이 아니라 소득 수준과 생애주기에 따라 주거 안정이 실제 삶의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도시·주거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 SSCI 학술지인 '도시과학국제저널' 2026년 6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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