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찍는 시험 대신 사고력을"… AI가 여는 서논술형 교육 [AI 시대, 미래 교실을 엿보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7 15:44

수정 2026.01.07 15:47

<중>채점의 짐 덜고 교육 본질을 채운다

서울시교육청 AI 기반 교육 혁신 주요 시스템 요약
서울시교육청 AI 기반 교육 혁신 주요 시스템
구분 채움아이 (AI 평가 지원 시스템) 디지털 배지 (교사 역량 강화 시스템)
목표 서논술형 평가 확산, 교사 채점 부담 경감 교사의 AI·디지털 역량 강화 및 인증
주요 기능 AI 1차 채점(초검), 즉각적 피드백 제공 ‘기본-활용-심화-전문가‘ 4단계 역량 인증
운영 방식 지도 학습 기반 AI, 학습 데이터 구축 블록체인 기반, 수요자 중심 마이크로 러닝
주요 효과 교사 시간 확보, 학생 맞춤 지도 집중 교사 전문성 시각화, 자기주도적 성장 동기 부여
도입 현황 2026년 120개교 시범 운영 확대, 2027년 전면 도입 목표 2025년 상위 단계 배지 진입 증가, 2026년 심화 연수 확대
(교육부)

[파이낸셜뉴스] 이제 우리 교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함으로써 '교육의 시간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AI가 수천개의 서논술형 수행평가 답안을 초검하는 사이, 교사는 확보된 시간만큼 학생과 눈을 맞추며 더 깊이 있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전면 도입할 AI 평가 지원 시스템 '채움아이'와 AI·디지털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디지털 배지' 시스템은 공교육의 질적 도약을 이끄는 양대 축이 될 전망이다.

■AI가 되찾아 줄 '선생님의 시간'
현장 교사들에게 서논술형 평가는 거대한 '채점의 벽'이다. 중학교 수학을 가르치는 정준영 교사(창동중)는 7일 "한 학년 200명이 단원별로 5∼6개 문항의 시험을 치르면, 교사 혼자 무려 1200개의 답안을 한꺼번에 채점해야 한다"며 "공정성을 위해 초검과 재검을 반복하다 보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과학 교과를 담당하는 임항섭 교사(온곡초)도 "기존 방식으로는 채점에만 수일이 걸려 피드백이 늦어지는 바람에 수업과 평가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교사의 주말과 밤을 반납해야만 겨우 가능했던 일이다.

올해 120개교 확대 운영을 거쳐 2027년 전면 도입될 '채움아이'는 이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조력자로 기대를 모은다. 채움아이는 교사가 설정한 정교한 채점 기준(루브릭)을 바탕으로 AI가 초검을 수행하고, 교사는 그 결과를 확인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협업 시스템이다. 임항섭 교사는 AI 기술이 가져올 '교육의 질적 변화'에 주목했다. 임 교사는 "채움아이가 안착돼 채점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면, 수업 시간 중에 학생의 답변을 즉시 분석해 도움을 주는 '실시간 성장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기술의 도입은 교사에게 '맞춤형 지도의 시간'을 되돌려 주는 과정이며, 교사는 확보된 시간 속에 학생의 사고 과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가장 인간적인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배지로 증명하는 '교사의 클래스'
채움아이가 평가의 혁신을 예고한다면, '디지털 배지'는 그 변화를 이끌 교사의 전문성을 공인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기존의 교원 연수가 수십 시간의 강의를 듣고 종이 이수증을 받는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디지털 배지는 교사가 스스로 필요한 역량을 선택하고 취득하는 '수요자 중심' 체계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25년 배지 발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많은 교사가 기본 단계를 넘어 활용 단계인 상위 배지로 진입하는 질적 성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AI 윤리와 데이터 리터러시 등 심화 영역의 배지 연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로 디지털 배지 선도교사인 서윤정 교사(역삼초)는 배지가 가져온 '시각적 성취감'을 강조했다.
서 교사는 "나의 디지털 역량이 '기본-활용-심화-전문가' 단계로 시각화되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자발적인 동기가 생긴다"며 "'디지털 배지 지갑'에 차곡차곡 쌓인 이력을 링크드인(LinkedIn) 등 외부 플랫폼에 공유해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배지는 이제 교사 개인의 성취를 넘어, 서울 교육 전체의 디지털 전문성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상위 단계 배지를 취득한 교사들이 현장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되면서, 디지털 배지는 미래 교실을 지탱하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