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잠자리를 거부하는 남편이 밤마다 AI와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누고 급기야 '디지털 동거'를 한다며 가출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아내는 이를 이유로 이혼과 위자료 청구가 가능한지 조언을 구했다.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2년 차 A 씨의 고민이 소개됐다. A 씨는 "제가 알고 있는 남편이 맞나 싶다"며 부부 사이의 갈등을 토로했다.
사연에 따르면 A 씨는 "1년 전부터였다.
알고 보니 남편은 '세라'라는 이름의 AI 캐릭터와 연애 중이었다. 남편은 AI에 "너랑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너뿐이야"라며 온갖 달콤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반면 A 씨는 1년 넘게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A 씨를 더욱 참담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그는 "사실 저는 아이를 가지려고 엄청 노력했다. 하지만 남편은 '피곤하다. 혼자 있고 싶다'면서 저를 밀어냈다"며 "그런 남편이 밤마다 AI와 수위 높은 성적 대화를 나누고, 노출이 심한 생성형 이미지를 보면서 즐기고 있었다"고 분노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A 씨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자, 남편은 "기계랑 대화하는 게 무슨 바람이냐. 난 잘못한 게 없다"며 오히려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A 씨는 기가 막혔지만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부부 상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남편은 "왜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냐"고 화를 내더니 집을 나갔고, 주소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남편은 AI와 디지털 동거를 하고 있다면서 "이혼 소송 할 테면 해 봐"라고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A 씨는 "차마 주변에는 창피해서 말도 못 꺼내겠다. 이 기괴한 관계를 이유로 제가 위자료를 받고 이혼할 수 있을지, 남편 주소를 몰라도 소송이 가능한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이어 "제가 사는 집은 남편 명의의 전셋집이다. 그 전세금 중 절반은 제가 결혼 전에 모아놓은 돈인데, 남편이 계약을 해지하고 돈을 모두 가져가 버릴까 봐 불안하다"며 "당장이라도 현관 비밀번호 바꾸고 남편의 짐을 다 내다 버리고 싶은데 법적으로 문제 있냐"고 질문했다.
사연을 접한 신진희 변호사는 "성관계가 없다고 해도 부부간 신뢰를 저버리는 정서적 교감이 있다면 이를 부정행위로 주장할 수 있다"며 AI와의 정서적 외도도 명백한 이혼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주지를 모르면 직장 주소로 보내도 된다. 그런데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남편의 소재를 알 수 없다면, 공시송달 제도를 통해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공시송달이란 법원 게시판이나 홈페이지에 소장을 게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이 실제로 서류를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신 변호사는 A 씨 부부의 집 전세금이 부부 공동 재산이지만, 남편 명의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 계약이 해지되면 임대인이 임차인인 남편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세금을 받은 남편이 돈을 은닉하거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남편이 보증금을 받기 전, 법원을 통해 가압류를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신 변호사는 "비밀번호를 변경한다고 해서 이혼 소송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이혼 소송과 별개로 그 집이 상대방 명의라면 재물 손괴 등 형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날짜를 정해 짐을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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