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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 성지' 바자르 농성 강제진압…시위 열흘째 확산일로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7 17:17

수정 2026.01.07 17:16

그랜드바자르 농성 시위대와 보안군 충돌…시위대 강제 해산
지금까지 최소 35명 사망…이란 대통령, 통화·환율 개입 난색
이란 테헤란 시위대.연합뉴스
이란 테헤란 시위대.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란 보안군이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에서 대규모로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와 충돌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전국적 시위가 열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태는 1979년 혁명 당시 활동 거점이었던 장소에서 발생해 상징성이 크다. 그랜드 바자르는 테헤란 중심부에 자리잡은 대규모 전통시장 단지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기반 인권 단체 HRNA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번 시위 사태로 지금까지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12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테헤란 남서쪽 일람주에서는 보안군이 병원에 난입해 시위자를 찾는 영상도 공개됐다.

그럼에도 시위는 88개 도시 257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경제난과 물가 폭등, 화폐가치 폭락 때문에 일어났다.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146만리알(약 5억6372만원)로 폭락해 3년간 가치의 3분의 2를 잃었다. 중앙은행은 기업에 제공하던 우대 환율 프로그램을 축소하겠다고 밝혀 물가 상승과 물자 부족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식용유 가격은 두 배로 뛰었고, 일부 생필품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에 시위대는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고 환율을 방어하는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정부 통제 밖에 있다"며 "정부 개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에겐 기본적으로 그러한 권한이 없다. 설령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화폐를 더 발행하면 사회 저소득층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연합뉴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제재와 석유 수출 제한을 경제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부가 긴축 재정을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일람주에서 일어난 시위대에 대한 보안군의 폭력 행위 의혹에 대해 "정부가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대화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강경 진압을 병행하는 양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시위대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시위대 중의 폭도는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개입하겠다"고 경고해 이란 당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 발언은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체포돼 뉴욕으로 압송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