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정상이어도 안심 금물
간경직도 높은 경우 예후 악화돼
간경직도 높은 경우 예후 악화돼
[파이낸셜뉴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환자에서 혈액검사 기반 섬유화 지표가 낮더라도 간경직도가 높은 경우, 실제 간 섬유화가 더 진행돼 있고 향후 중증 간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이혜원 교수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흔히 활용되는 혈액검사 지표인 FIB-4 지수와 순간탄성 측정법으로 평가한 간경직도(LSM)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약 30%에 이르며, 이러한 환자군에서 예후가 유의하게 나쁠 수 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홍콩 중문대학교를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6개 기관이 참여한 다국적 공동연구로, 총 1만 2950명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IF 16.9)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대사 이상을 동반한 상태에서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질환으로, 전 세계 인구 약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임상 진료 지침에서는 FIB-4 지수를 이용한 혈액검사를 먼저 시행한 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간경직도 측정을 진행하는 ‘2단계 접근법’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두 검사 결과가 서로 다른 위험도를 나타내는 사례가 적지 않아 환자 관리에 혼선이 발생해 왔다.
연구 결과, 전체 환자의 약 30%에서 FIB-4 지수와 간경직도 결과가 불일치했다.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간부전, 간세포암, 간 이식, 간 관련 사망 등을 포함한 중증 간 합병증 발생 위험은 FIB-4와 간경직도가 모두 낮은 환자군에 비해, FIB-4는 낮지만 간경직도가 높은 환자군에서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표가 모두 높은 환자군에서는 위험도가 무려 20배 이상 높았다.
반면 FIB-4 지수만 높고 간경직도가 낮은 경우에는 간 관련 합병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아, 간경직도의 예측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검사 결과가 불일치할 경우 FIB-4 수치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간경직도가 높은 경우 실제 간 섬유화가 더 진행돼 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교수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위험도 평가는 두 지표를 함께 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히 결과가 엇갈릴 경우 보다 정밀한 검사와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의 위험도 평가 전략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혈액검사 결과에만 의존하기보다 간경직도 측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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