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책임 인정하고 전쟁 재발 방지 약속해야"
바로 옆에선 피해자 모욕하는 극우집회 열려
경찰, 극우단체 사건 묶어 집중수사 방침
피해자 보호법 10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상태
바로 옆에선 피해자 모욕하는 극우집회 열려
경찰, 극우단체 사건 묶어 집중수사 방침
피해자 보호법 10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상태
[파이낸셜뉴스] "딸에게 일본군 만행을 똑바로 알려주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와 참여했어요."
7일 오후 12시께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초등학생 딸과 참석한 성가인씨(46)는 "수요시위 34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죄를 받아내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평화 정신을 이어가자고 딸과 다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제1734차 수요시위 현장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등 단체 관계자와 개인 참여자 등 총 50여명이 자리했다.
수요시위는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성노예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 증언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1월 8일 시작됐다. 이날은 수요시위 34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자 올해 첫 시위가 벌어진 날이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성명서 낭독에서 "34년간 외쳐 온 전쟁 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 및 사료관 건립 등 7가지 요구사항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일본 정부가 이를 이행하고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까지 해야 피해자들의 바람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수요시위 현장 근처에선 '위안부는 포주와 계약 맺고 돈을 번 직업여성'·'일본군에게 끌려간 위안부 단 1명도 없다'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든 극우단체 집회가 개최됐다.
이들은 철제 울타리에 둘러싸인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이어갔다. 해당 울타리는 극우단체로부터 소녀상 훼손을 방지하고자 2020년 6월에 설치됐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극우 집회(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엄마부대·국민계몽운동본부)는 지난 3년간 453건에 달했다. 정의연의 수요시위보다 약 2.7배 많은 수준이다.
경찰은 이 같은 위안부 피해자 모욕 행위를 벌인 극우단체 사건을 묶어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경남 양산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극우 성향 시민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김병헌 대표에 대한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김 대표는 2024년 9월 경남 양산시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서 신고 없이 집회를 열고 소녀상을 훼손한 혐의 등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아 왔다. 이와 별개로 서초경찰서도 최근 김 대표와 해당 단체 회원들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을 경우 수사의 효율성과 연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우려가 있어 한 곳에서 병합해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모욕 수위가 심각해지면서 법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은 10건으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소녀상 훼손 행위 등을 강력히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강경란 정의연 연대운동국장은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이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고 상반기 안에 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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