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와 마두로 잔당 사이…로드리게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뉴시스

입력 2026.01.07 15:12

수정 2026.01.07 15:12

트럼프에 유화적 메시지 던진 로드리게스 섣부른 석유 개방은 군부 자극할 우려 새 지도자 운신의 폭 좁은 가운데 내부 통제 강화
[카라카스=신화/뉴시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이 5일(현지 시간)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외부 위협 없이 살아가길 갈망한다"라며 미국과 협력할 의사를 내비쳤다. 2026.01.06.
[카라카스=신화/뉴시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이 5일(현지 시간) 카라카스 국회의사당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외부 위협 없이 살아가길 갈망한다"라며 미국과 협력할 의사를 내비쳤다. 2026.01.06.


[서울=뉴시스] 김상윤 수습 기자 =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저항적인 태도와 유화적인 어조를 번갈아 취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강경파 잔당들과 트럼프 대통령을 동시에 달래는 생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3일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마두로의 체포 직후 미국의 제국주의적 공격을 비난하며 마두로가 여전히 국가의 정당한 지도자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다음 날 그는 "균형 잡히고 상호 존중하는 국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우선시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5일 임시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외부 위협 없이 살아가길 갈망한다"며 미국과의 협력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WSJ는 "과도기 리더십의 아슬아슬한 균형잡기"라며 "미국의 압력을 견뎌내는 동시에 혁명 정부가 파벌 싸움으로 와해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장악하려는 트럼프의 계획에 미국 기업들과의 석유 계약을 허용함으로써 민주적 개혁을 단행하지 않고도 미국의 압박이 완화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양보는 정부 내 주요 권력 실세들인 강경 좌파 인사들 사이의 안정과 단결을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툴레인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밀드 교수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내부 사이에 끼어있다"며 "너무 굴욕적으로 저자세를 취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증산하고 베네수엘라를 경유하는 마약 유입 차단과 미국 적대국들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로드리게스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마두로보다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 투자자들에게 석유 산업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선 우고 차베스 시절 제정된 산업 규제를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차베스는 석유 프로젝트와 유통 등에 대해 국가가 과반 지분을 갖도록 했는데, 이런 법들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시설의 민간 소유 조건을 완화하는 새로운 규제는 마두로 집권기에 국영 석유 기업인 PDVSA로부터 수익성 높은 계약을 받아온 군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WSJ가 베네수엘라의 새 지도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좁다고 평가한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정권은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수도인 카라카스 곳곳에는 검문소가 설치됐고 검은 복면을 쓴 경찰과 준군사 조직원들이 운전자와 보행자들을 멈춰 세워 휴대전화를 검사했다. 현지 언론인 노조에 따르면 도시 전역에서 최소 14명의 기자와 사진작가가 체포되기도 했다.


카라카스의 은퇴한 정치학 교수이자 작가인 카를로스 로메로는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지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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