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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센과 치히로' 연출 "하야오 감독 흔쾌히 수락...유바바 그 성우, 배우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7 16:19

수정 2026.01.07 18:3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유바바 역 나쓰키 마리. 연합뉴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유바바 역 나쓰키 마리. 연합뉴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유바바 역 나쓰키 마리. 연합뉴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유바바 역 나쓰키 마리. 연합뉴스

공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존 케어드 연출. CJ ENM 제공
공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존 케어드 연출. CJ ENM 제공

[파이낸셜뉴스] 2003년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제작 토호, 주최 CJ ENM)이 오늘(7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무기력했던 10대 소녀 치히로가 겪는 특별한 미션과 환상적인 모험을 그린다. 지난 2022년 일본 제작사 토호가 창립 90주년 특별기획으로 애니메이션의 무대화를 추진했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연출가 존 케어드가 연출에 나섰다. 그의 일본인 아내 이마이 마오코가 공동 번안 및 연출 보조로 협력했다.

공연은 일본에서 공개 직후 전석 매진과 함께 제47회 카쿠타 카즈오 연극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등을 거쳐 국내에서도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연출 "하아오 감독 흔쾌히 수락...공연은 아직 안 봐"

연출가 존 케어드는 이날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음악극 형태로 무대화하게 된 배경과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케어드 연출은 “공연화 허락을 받기 위해 감독님을 찾아갔을 때,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놀라움과 함께 ‘이 환상적 세계를 어떻게 무대 위에 구현할 것인가’라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다양한 크리처와 마법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실제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배우와 관객 모두의 상상력이 필요했다”고 돌이켰다.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녹록지 않았던 제작 과정도 떠올렸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부분의 창작진이 런던, 시카고 등 서로 다른 도시에 떨어져 화상회의로 작업했다"며 "멀리 떨어진 채 협업하는 일이 가장 큰 난제였다.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오히려 소녀가 용을 타고 나는 장면을 구현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처럼 느껴졌다"고 웃었다.

부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하야오 작품을 즐겨보게 됐다. 케어드 연출은 "감독님 영화는 장소 이동이 많아서 연극화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이 작품은 전체의 90%가 온천 욕탕에서 여러 이야기가 교차하는 고전 연극의 구조를 갖고 있어 무대화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1인조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를 이어가고, 정교한 퍼펫티어들의 퍼포먼스가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판타지한 세계를 구현한다.

케이드 연출은 “대부분의 뮤지컬과 연극은 텍스트와 대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은 방식이 달랐다”며 “말이 아니라 이미지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무대에서도 이러한 미야자키 감독의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마오코 연출 보조는 일본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일본인 창작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일본인 출연진을 고수했다고도 했다.

원작에 녹아있는 일본 전통문화적 요소도 십분 반영됐다. 케어드 연출은 “일본의 신토(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애니미즘 신앙을 바탕으로 한 토착 신앙) 문화와 온천 문화를 바탕으로, ‘노(能)’ 무대 구조를 응용해 욕탕이라는 공간을 구현했다”며 “가부키, 스모 등 일본 전통 문화 요소들 역시 무대 디자인과 분위기에 영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야오 감독이 공연을 봤냐는 물음에 케어드 연출은 "집에 있는 걸 즐기신다"며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바바 성우가 같은 배역 연기...배우들 "자신을 믿는 법 배웠죠"

이번 한국 초연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의 일환이다. 이날 행사에는 치히로 역의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카와에이 리나 그리고 극 중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는 온천의 쌍둥이 주인 ‘유바바/제니바’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나츠키 마리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마리는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의 목소리를 맡았으며, 20여 년이 지난 무대 버전에서도 동일한 배역을 연기해 ‘원작 싱크로율 100%’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리는 성우 캐스팅 당시를 떠올리며 “스튜디오를 방문해 목소리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계기로 유바바 역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제니바는 다른 배우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제 목소리를 들은 제작진이 두 인물을 한 사람이 연기하자고 제안해 쌍둥이 설정으로 함께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20년이 지나 무대화 소식을 듣고 출연하게 됐고, 같은 대사라도 무대에서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영화와 전혀 달랐다”며 “초연 당시에는 영화에 가깝게 접근했지만 일본과 런던 공연을 거치며 무대에 맞는 캐릭터로 점차 발전시켜 갔다”며 변화를 설명했다.

치히로 역 두 배우는 이날 작품의 메시지를 돌아봤다. 카와에이 리나는 “주인공 치히로는 비록 열 살의 어린아이지만, 삶의 힘을 스스로 깨닫고 배워 나간다”며 “그 과정을 함께 연기하며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당하게 일하고 그 대가를 받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며 “사랑이 가득한 작품인 만큼 그 따뜻함 또한 마음껏 받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치히로 역의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주인공의 태도와 성장을 언급했다. 그는 “치히로는 언제나 두 발로 당당히 선다.
비스듬히 서거나 기대지 않고 스스로를 지탱한다”며 “직감에 따른 결단력과 자기 자신을 믿는 법을 치히로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린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이름의 의미’를 꼽았다.
모네는 “부모에게서 받은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이 담긴 것인지 작품을 통해 느끼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