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적자생존’ 은 틀렸다
인간에겐 냉혹함과 다정함 공존
찰스 다윈도 협력·친화력에 주목
강한 자·힘센 자 득세하는 정치판
분노와 혐오의 시대 넘어서려면
공감과 소통 위해 서로 노력해야
인간에겐 냉혹함과 다정함 공존
찰스 다윈도 협력·친화력에 주목
강한 자·힘센 자 득세하는 정치판
분노와 혐오의 시대 넘어서려면
공감과 소통 위해 서로 노력해야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실 진화론의 핵심 개념으로 널리 알려진 '적자생존'은 다윈이 처음 고안해낸 표현도 아니다. 그는 그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비유적 의미로 '생존투쟁(struggle for existence)'이라는 말을 썼을 뿐이다. 한데 후대 과학자들이 '적자(適者·the fittest)'를 '강한 자'나 '힘센 자', 혹은 '냉혹한 자'로 오독하면서 그를 좁고 단순한 틀 안에 가둬버렸다. 이 논리대로라면 '인간 본성은 어차피 글러 먹었다'는 성악설에 손을 번쩍 들기 쉽다. 허나 다윈은 "자연은 친화력과 협력이 넘치는 세계"라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종의 기원'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저 유명한 '얽힌 강둑(entangled bank)'의 비유다. "다양한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덤불에서는 새들이 노래하며, 여러 곤충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젖은 흙 속에서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는, 그런 얽히고설킨 강둑을 상상해 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이런 생각에 더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똑똑한 인류가 번성하지 못할 때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특정한 형태의 협력에 출중했기 때문"이라고. 이 책 초판 출간 당시 국가수반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회와 국가의 번성도 협력과 의사소통 능력에 달려 있다"며 추천의 글을 남긴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을 터이다.
한데 요즘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갑질 국회의원들의 언어와 태도에서는 다정함을 발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먼저 김병기 의원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내가 보기에 김 의원이 여러 의혹의 주인공이 된 것은 보좌진과의 불화가 근본 원인이다. 정보취득 경로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단톡방에서의 부적절한 대화를 이유로 보좌진을 해고한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사기업에 재취업한 보좌진의 거취를 놓고 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좀 심해 보인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다. 조선시대에도 '파직(罷職)은 하되 전답까지 적몰(籍沒)하지는 말라'는 나름의 규범이 있었다.
육성이 담긴 녹취록의 직접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혜훈 전 의원의 경우는 더 놀랍다. "너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들어?" "너 뭐 아이큐 한 자리야?" "입이라고 그렇게 터졌다고 네 마음대로 지껄이고 떠들어?" "야! 야!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어디 한 군데도 다정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막말의 연속이다. 나머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말만은 안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이 전 의원이 지난 2014년 낸 책 '우리가 왜 정치를 하는데요!'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가? 한 가지만 꼽으라 한다면 힘센 사람의 특권과 반칙, 횡포를 막아내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여부다"라고 썼다고 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다정함의 반대말은 격노, 극노, 대로다. 극대로하다가 나라는 물론 자신의 인생마저 망친 사람은 이미 다 보지 않았나. '다윈의 후예'라고 해야 할 이 책의 저자들은 책머리에 "다정함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에 유리한 전략이 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면서 "다정함의 이면, 즉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는 잔인해지는 능력에 관해서도 탐구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 이중적 본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전 세계의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적·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해답은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협력과 소통, 즉 다정함이다.
jsm64@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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