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의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빨대의 대안으로 주목받던 산업이었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급격히 줄며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을 믿고 설비를 늘리고 투자를 단행했지만, 정책논리가 바뀌는 사이 시장은 빠르게 위축됐다. 남은 것은 설비와 인력, 그리고 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정부가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내놨지만, 일회용품 정책을 둘러싼 현장의 신뢰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친환경을 이유로 도입·권장하던 제도가 불과 몇 년 만에 '비환경적' 또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후퇴하면서 정책 수용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이 얼마나 일관되고 예측 가능했느냐다.
종이빨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플라스틱빨대의 대안으로 종이빨대 사용을 유도해 왔지만, 이제는 빨대를 매장에 비치하지 않되 손님이 요청할 경우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사실상 소재와 관계없이 제공을 허용하는 방식이라 결국 가격과 편의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업계에서는 값싼 플라스틱, 특히 저가 중국산 제품이 종이빨대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대체재는 원가구조상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정책적 보호장치가 사라진 시장에서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친환경을 내세운 정책 변화가 오히려 국내 대체재 산업을 밀어내고 수입 일회용품 의존을 키울 수 있다는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책 신호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지만, 정책 변화에 따른 책임과 보완대책은 명확하지 않다. 친환경을 이유로 전환을 유도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논리를 들이대는 방식이 반복되면 정책을 믿고 움직일 기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종이빨대 사업을 시작하며 '친환경'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규정했던 한 대표는 이를 뒤집어야 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직원들에게 친환경 사업을 하자고 설득해 왔지만, 정책논리가 바뀌었다고 다시 플라스틱빨대를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예측 가능해야 하고, 그 이유는 설명 가능해야 한다. 정책이 흔들릴수록 탈플라스틱 전환의 기반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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