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당시 희토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당시 일본 경제산업상 나오시마 마사유키는 다음 달인 2010년 8월 일중 고위급 경제대화 자리에서 중국 측에 여러 차례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고위급 대화인데 그런 사소한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라며 상대하지 않았다.
스즈키 국장도 직접 중국을 방문해 조치 철회를 요구했지만 '국내 수요가 급증해 수출할 여유가 없다' '채굴 현장의 환경 파괴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일축당했다. 그다음 달인 2010년 9월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충돌해 중국인 선장이 체포됐다. 중국은 곧바로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스즈키 당시 제조산업국장은 "우리가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할수록 그 부분이 약점으로 간파돼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된다"고 회고했다.
15년 뒤인 2026년 1월. 일본은 다시 중국에 일격을 당했다. 이번에는 희토류를 포함해 더 넓은 범위의 '이중용도(군민 겸용) 품목' 수출통제 카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발언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하던 중국 정부는 3개월 만인 지난 6일 예고 없이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이트륨 등 희토류 원소 7종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장비의 일부 부품, 고기능 소재, 첨단 화학제품이 포함됐다.
발표 직후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전에 통보도,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점에서다.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 공식 제재가 아닌 기술·행정 규제로 압박하는 방식은 2010년의 희토류 사태를 그대로 닮아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최상의 타이밍에 일본을 때렸다'고 평가한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불리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방중을 포함해 '중국 관리'에 들어가자 중국은 기회를 틈타 대만 문제를 계기로 일본을 공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은 15년 전보다 더 불리하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대일 수출 중단 이후 일본은 경제안보를 외치며 희토류 공급 다변화를 추진했다. 당시 90%에 가까운 중국 의존도가 60%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희토류 원소 17개 가운데 방위산업과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중(重)희토류는 중국이 거의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15년 전 중국은 일본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영구자석 등을 현지 생산하는 조건으로 희토류 수출규제를 서서히 풀어줬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희토류라는 자원만 있었지 기술이 없었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세계 영구자석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한때 독점하던 핵심 부품에서 밀려났고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도 함께 놓쳤다.
이는 한국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 역시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핵심 소재에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 2023년 기준 희토류 원재료 수입량의 60%, 희토류 소재·부품 수입량의 8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가공과 기술에 강했지만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도 일본과 닮아 있다. 한국은 무엇으로 버틸 수 있을까.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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