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러 유조선 나포…제재 위반 혐의 북대서양서 승선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8 01:06

수정 2026.01.08 01:06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무역과 연계된 러시아 유조선을 북대서양에서 나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미 해안경비대가 카리브해에서부터 2주 이상 추적해 온 벨라 1 유조선. 사진=뉴시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무역과 연계된 러시아 유조선을 북대서양에서 나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미 해안경비대가 카리브해에서부터 2주 이상 추적해 온 벨라 1 유조선.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북대서양 공해상에서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나포했다. 대서양을 가로지른 수주간의 추적 끝에 이뤄졌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과거 '벨라 1(Bella 1)'로 불렸던 유조선 마리네라(Marinera)를 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미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북대서양에서 선박에 승선했다"며 미 해안경비대가 장기간 추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같은 날 카리브해에서도 이른바 '다크 플리트(dark fleet)'로 분류된 유조선 M 소피아(M Sophia)를 나포했다.

해운 데이터업체 클플러(Kpler)에 따르면 이 선박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싣고 2025년 네 차례 베네수엘라를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제재 대상이자 불법적인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봉쇄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전면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 당국은 베네수엘라 봉쇄를 강조하면서도, 마리네라는 이란 관련 제재 위반 혐의로 이미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유조선은 나포 당시 빈 상태였으며 지난해 12월 카리브해 인근에서 미군의 승선 시도를 피해 대서양 동쪽으로 도주한 전력이 있다.

마리네라는 당시 가이아나 국기를 허위로 달고 운항했으나, 이후 러시아 기업에 매각돼 러시아 국적으로 재등록됐다. 이번 작전은 영국군의 공조 지원 아래 진행됐으며, 영국 국방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기지 제공과 공중 감시 등 사전 계획된 작전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추적 자료에 따르면 작전 당시 미 공군 특수작전 지원기인 U-28 드라코 3대가 스코틀랜드 북부 위크에서 출격했고, 영국 공군의 P-8 포세이돈 감시기도 북대서양 해역으로 이동했다.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널-1 위성 레이더 영상에는 미 해안경비대 커터급 함정이 마리네라를 근접 추적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러시아 법과 국제법 규범에 따라 지난달 말 해당 선박의 러시아 국기 운항을 허가했다"며 "미군 승선 이후 선박과의 연락이 끊겼고, 나포는 국제수역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국가도 공해상에서 타국 관할 선박에 무력을 사용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유조선 나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직후 이뤄져 외교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러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