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 "법원등기 온라인으로 확인해달라" 경찰 수사팀장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8 16:48

수정 2026.01.08 16:47

부산서부경찰서 통합수사팀장 김병호 경감
부산서부경찰서 통합수사팀장 김병호 경감

[파이낸셜뉴스] 게임사, 쇼핑사, 각종 포탈사 등 다양한 곳들에서 매년 연례행사 아니 이젠 월례행사처럼 개인정보 유출 피해 뉴스가 터지고 있다. 경찰이기 전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두려웠다. 개인정보는 이제 공공재가 된 지 오래라는 씁쓸한 농담이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필자가 직접 피싱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경찰 수사팀장으로서 피싱사기 피해 예방 목적으로 ‘근무 중에 받은 보이스피싱 전화 스토리’를 공유해드리고자 한다.



필자는 스팸차단앱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일단 사용자 1명이라도 특정 번호에 피싱·스팸 신고를 하면 다음 이용자들에게 해당 번호로 전화가 올 때에 신고된 번호임을 빨간불로 안내해 준다. 소위 빨간 번호라면 통화 거절하고 차단하면 되는 편리한 예방책이다. 다만 ‘아직 신고가 안 된 번호’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이미 유출돼 공공재가 되어버린 개인정보 때문인지 ‘필자의 이름을 아는 신고 안 된 번호’로부터의 보이스피싱 전화를, 그것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중에 받게 됐다.

모르는 번호에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수화기 너머의 음성을 기다렸다. 정확한 내 이름을 말한다. 맞다고 답해준다. “법원 등기과인데 내일 오후 1시에 집에 있냐?”라고 묻는다. 사회생활을 하는 대다수 직장인이 집에 있기 어려운 시간이다. 법원 등기과라는 말에 거짓임을 알았지만, 일반인들이 속을 만한 짓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때 집에 없는데..."라고 답한다. 망설임 없이 다음 질문이 날아온다. “그러면 전자로도 확인 가능하신데 그렇게 하시겠어요?”. 습관적으로(실수로!) 어디시냐고 물으니 짜증 섞인 말로 “법원 등기과라고 했잖아요”란다.

피해자가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거나 당황하게 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웃음을 참으며 전자 확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www.법무*****(형태의 피싱url).kr’에 들어가란다. 범죄용 허위사이트임을 직감하고, 일반 인터넷망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접속을 시도한다. 다만 아무 말 않는다. 상대방은 초조한지 물어온다. “접속이 잘 안되시나요?” 들어가고 있다고 답해준다. 최종 접속 전 폰으로도 해당 주소를 포탈사 검색창에 입력해 본다. 국가 공인 사이트가 아님을 확신한다.

분명 법원이라 했는데 접속하니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교묘하게 베낀 피싱 사이트가 나타난다. 접속했다고 하니, 증명서 발급으로 들어가란다. 등기 내용 확인과 증명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지만 가본다. 숫자를 적당히 조합한 형식적인 인적사항을 넣어본다. 정말 깜짝 놀랐다. 그 입력한 가짜 인적사항이 수신자란에 그대로 복사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출석요구서’가 뜬 것이다. 수사를 업으로 하는 필자조차 몇 초간 '이거 진짠가?' 싶을 정도였는데, 만약 법률 지식이 부족한 선량한 시민이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적힌 수사기관의 공문서를 보았다면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 당황스러움과 걱정, 분노가 동시에 느껴졌다. 실제 형사사법 절차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즉시 출력·열람되는 출석요구서’가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해 주시길 바란다.

올해 출범한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서 근무하는 후배 둘에게 메신저를 보내고, 이어 혼자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접속해서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와 위 홈페이지 URL을 신고했다.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 집단들은 선량한 시민을 속일 방법만 연구한다. 어쩔 수 없이 남녀노소 각 타겟에 맞는 ‘새로운 스토리’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예방책은 ‘모르는 번호는 가급적 받지 않는다’ ‘돈·계좌·이체·인적사항 입력 따위가 있다면 예외 없이 통화 종료’ ‘경찰·검찰·법원 등 국가부처 명의로 인터넷 주소 링크가 온다면 절대 클릭 금지’ 등이다.

모르는 인터넷 링크 함부로 클릭하지 말고, 누가 봐도 국가부처의 번호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 번호 혹은 070 인터넷 전화가 오면 받지도 말고, 받았다 하더라도 ‘돈·계좌·인적사항’ 등과 관련한 얘기가 나온다면 당장 전화를 끊고 112 혹은 110에 상담 전화를 받으시기를 다시 한 번 권고드린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은 ‘사기 수사하는 팀장도 이런 전화 받았대’라고 주변에 경각심을 공유해 주시고,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피싱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산서부경찰서 통합수사팀장 김병호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