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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특화 개업’·경찰은 ‘러브콜’…형사소송체계 변화의 명암

최은솔 기자,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8 16:38

수정 2026.01.08 18:19

검찰청 폐지 앞두고 중대재해·기업수사로 차별화 나서는 검찰
형사사건 급증에 로펌의 경찰 출신 수요 확대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등 형사소송체계의 변화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의 명암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상당수 검찰이 개업으로 진로 방향을 잡고 ‘중대재해’와 ‘기업수사’ 전문가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경찰은 형사사건 증가 등에 대비한 로펌의 영입 제안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대재해 등 '차별화' 노리는 검찰
8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최근 개업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명함에는 ‘중대재해 등 노동 전문가’ 혹은 ‘기업 경제범죄 수사 이력’을 적시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만 4년 정도 접어들며 실형 선고 등 형사처벌 사례가 잇따르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기업 리스크가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자, 검찰의 수사방식을 가장 잘 아는 전관을 선임해 대응하려는 시장의 수요가 커진 것이다.

반면 현재 검찰 내에 기존 수사는 지연되고 새로운 형사사건 수사도 자취를 감추면서 전통적인 '검찰 전관'의 역할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청 폐지 논의 이후 이렇다 할 만한 대형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며 “로펌이 원하는 경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속도 저하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결론을 내지 못한 미제 사건 건수는 9만 6256건으로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6만 4546건) 대비 약 49.13%나 급증했다.

이미 대형 로펌들은 검찰 전관을 주축으로 한 중대재해·기업수사 전담팀을 꾸려 견고한 대응력을 쌓았다. 중소형 법무법인과 개인 사무소들 역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검찰 재직 당시 환경 분야 우수 검사로 인증을 받았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특화된 분야가 있으면 강조하는 게 기본"이라며 "중대재해 부분은 아무리 유형화·정형화를 해도 여전히 변동성이 커 필요한 대응을 검찰 출신을 통해 적시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중대재해 분야는 아직 선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점이 전관으로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영장 청구 추세 등 실무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전관의 경험이 의뢰인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중대재해는 아직 법리가 쌓인 분야가 아니라 계속 구축하고 있다"며 "관련 수사·공판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분야에 인력이 몰리면 공급 과잉 우려도 있다. 올해 10월 공소청 출범과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사라질 경우, 조직을 떠나는 검찰 인력의 대규모 개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 변호사는 "복잡한 사건의 경우 여전히 검찰 출신 전관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포화가 된 시장에 추가로 개업이 되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펌 '골라서 가는' 경찰
경찰은 로펌의 영입이 이어지면서 ‘골라서 가는’ 상황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취업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전직 경찰공무원 11명 중 로펌으로 취업을 신고한 이들은 전체의 50%가 넘는 6명이다. 같은 기간 재취업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검사는 1명이었고, 이마저도 대상처가 무역업체라는 점과 대조된다.

경찰 출신 수요 증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수사권 조정, 문재인 정부시절 경찰 수사권 확대를 거치면서 변호사 자격증을 지닌 경찰의 로펌행이 지속 증가했다. 여기다 검찰청까지 폐지되고 공소청이 들어서면 전직 경찰관을 원하는 로펌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퇴직한 경찰공무원 395명 중 119명(30.1%)이 로펌에 취업했거나 취업을 시도했다.

재취업은 대부분 대형 로펌으로 집중됐다. 전직 법관 출신인 한 로펌 관계자는 "경찰 출신이 수사 개시부터 압수수색, 조사 진행, 송치 판단에 이르기까지 수사 절차와 현장 관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정교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며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도 수사 업력이 있으면 채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이 많아진 것도 배경 중 하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은 67만7979건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45만2183건과 견줘 56.8% 증가한 수치다.


한 간부급 경찰 관계자는 "2023년 11월부터 전건접수제(인지한 범죄 사건을 예외 없이 공식 접수·기록)를 시행해 과거와 달리 민원인이 들고 오는 모든 고소·고발을 접수해야 한다"며 "형사사건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