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약물운전 사고 잇따르는데… 여전히 모호한 제재기준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08 18:23

수정 2026.01.08 18:23

영국·캐나다·독일 등 엄격 잣대
전문가 "복약안내 의무화" 조언
불법 약물이나 처방약을 복용한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약물운전'이 도로 안전의 위협으로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관련 사고 처벌 규정이 정비되지만, 약물운전 여부를 가를 구체적인 기준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추돌사고를 일으켜 자신을 포함해 15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기사 이모씨에 대한 약물 정밀 검사 결과 마약류관리법상 약물 성분이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서울경찰청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적용했던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가운데 약물운전 혐의를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이 시약 검사에서는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다.



다만 약물 성분 검출과 처벌 기준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약물운전 여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수치기준이 부재한 탓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지한다. 음주운전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기준을 구분하고 있지만, 약물운전은 별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약물운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운전자가 많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선 음주운전과 약물운전의 형량이 동일하게 규정돼 있으나 상당수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약물운전은 법률이 제정된 1960년 이후 관련 조문에 변화가 없었다.

이는 약물운전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선진국과 대조된다. 영국과 캐나다, 독일 등은 약물운전에 대한 혈중 임계기준이 있다. 특히 영국은 불법 약물뿐만 아니라 의료용 약물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약물운전 제재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의료인의 복약 안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의 사례와 유사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약물은 종류가 워낙 다양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미칠 수 있는 효과도 다르므로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판단력이나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에 대해선 의사와 약사가 구체적인 운전 제한 시간 등을 고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는 4월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 약물운전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된다.
만약 측정을 거부할 경우 약물 측정 불응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