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점→16점→18점, 매 경기 경신하는 '커리어 하이'
'리시브 효율 0%'의 그림자, 그러나 감내할 가치가 있다
성적은 꼴찌, 화제성은 1위... '인쿠시 효과'는 실재한다
'리시브 효율 0%'의 그림자, 그러나 감내할 가치가 있다
성적은 꼴찌, 화제성은 1위... '인쿠시 효과'는 실재한다
[파이낸셜뉴스] 비록 팀은 졌고, 순위표는 여전히 맨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 뿜어내는 그녀의 열기만큼은 '우승 후보' 못지않았다.
정관장의 '몽골 특급' 인쿠시(20)가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성장세. 이제 그녀는 단순한 '예능 스타'가 아닌 V-리그를 호령할 어엿한 주포로 거듭나고 있다.
8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 정관장은 세트스코어 1-3으로 무릎을 꿇으며 2연패의 늪에 빠졌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인쿠시의 스파이크가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이날 인쿠시는 양 팀 통틀어 빅토리아(31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8득점을 폭발시켰다. 이는 지난 흥국생명전(16점)을 뛰어넘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단순히 점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흐름이 좋다. 최근 3경기 득점 추이가 13점, 16점, 18점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제 인쿠시는 자네테(23점)에 이어 팀의 확실한 '제2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180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빠른 스윙과 탄력을 이용한 시원한 강타는 이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고희진 감독이 "공격적인 부분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게 보인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낸 이유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인쿠시의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리시브'다. 이날 인쿠시의 리시브 효율은 냉정하게도 '0%'였다. 상대의 집요한 목적타에 고전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인쿠시를 살리기 위해 대각에 선 박혜민이 코트의 3분의 2를 커버하며 궂은일을 도맡아야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아시아쿼터 선수에게 외국인 선수급의 공격력과 국가대표 리베로급의 수비력을 동시에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V-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그것도 시즌 도중 합류한 2005년생 어린 선수에게 완벽함을 요구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적응력'이다. 인쿠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프로 무대에 녹아들고 있다. 부족한 리시브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코트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패배 의식에 젖을 수 있는 꼴찌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결국 팬이다. 그런 면에서 인쿠시 영입은 이미 '초대박'이다.
정관장은 최하위 팀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쿠시의 데뷔전 시청률은 올 시즌 최고인 2.06%를 찍었다. 이날 화성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과 주차 대란 역시 '인쿠시 효과'를 방증한다. 이 정도의 스타성을 가진 선수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인쿠시는 실력으로 증명하고, 스타성으로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성 면에서도 팀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공격력 합격, 적응력 합격, 흥행성 대박. 리시브라는 한 가지 숙제만 남았을 뿐, 나머지 모든 지표는 그녀가 '성공작'임을 가리키고 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정관장은 벌써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무섭게 성장하는 이 '괴물 신인'과의 동행을 내년 시즌에도 이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 보여주는 성장 속도라면, 인쿠시의 재계약은 충분히 고민해볼만하다. 정관장의 겨울은 춥지만, 인쿠시라는 뜨거운 난로가 있어 견딜 만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