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에 여당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동조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과 국내 정책을 둘러싼 여당 내부 균열이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연방 상원은 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추가 군사 작전을 제한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2명, 반대 47명으로 가결했다. 결의안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추가적인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상원 의원 3명과 랜드 폴 공화당 상원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결의안이 다음 주 상원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하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원에서도 가결되면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지만, 하원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며 가결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같은 날 연방 하원에서는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의 세액공제를 재개하고 이를 3년간 적용하는 법안이 찬성 230명, 반대 196명으로 가결돼 상원으로 넘어갔다. ACA 세액공제는 지난해 말 만료되면서 올해 미국 내 수백만 가구의 건강보험료 급등이 예상돼 왔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 이슈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원 전체 435석 가운데 218석으로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 중도 성향 의원 17명이 민주당 법안에 찬성하면서 과반 구도가 뒤집혔다. 미 언론들은 이를 당 지도부의 통제력과 리더십에 균열이 생긴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 논란은 헌법상 외국과의 전쟁에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난 3일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군사 작전이 ‘마약 테러범’ 니콜라스 마두로에 대한 사법 집행이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과도 충돌한다.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전쟁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베네수엘라 원유를 실은 유조선 나포 역시 ‘검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의회 승인 부재나 국제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표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을 위해 싸우고 미국을 방어할 권한을 빼앗으려 민주당과 함께 투표한 상원 의원들을 공화당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표결이 “미국의 자위와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방해한다”며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다시는 공직에 선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하원에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 중인 공화당의 결속이 국정 동력의 핵심 변수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서조차 행정명령 남발, 의회 승인 예산의 보류·취소, 초당적으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 안팎에 머무는 상황에서 하원 전 의석과 상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각자도생’ 기류가 시작됐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공화당 하원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간선거에서 지지 못하면 민주당은 나를 탄핵할 이유를 찾을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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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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