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에서 '최연소 치매 환자'로 불리던 24세 남성이 사망했다. 20대 청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뇌 상태는 70세 노인과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은 노퍽주 데어햄에 거주하던 안드레 야햄이 지난달 27일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에게 이상 징후가 포착된 시점은 2022년이었다. 가족들은 그가 점차 말수가 줄고 행동이 둔해졌으며, 대화 중 멍한 표정을 짓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는 빈도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생일 불과 한 달 앞두고 전측두엽 치매 판정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안드레의 뇌는 70세 노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위축돼 있었다. 23세 생일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그는 전측두엽 치매 판정을 받았다. 이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이 우선적으로 손상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단백질 돌연변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고, 어머니 샘 페어번이 생업을 접고 아들을 돌봤다. 목욕과 의복 착용, 식사 준비 등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했다. 시간이 흐르자 안드레는 스스로 컵을 들거나 식사를 하는 기본적인 동작조차 힘겨워했고 보행 장애까지 겪게 됐다.
생의 마지막 6개월간 증상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언어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소리만 낼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신체 활동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결국 요양 시설로 거처를 옮겼으나, 입소 한 달 만에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감염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상태는 더욱 위중해졌다. 샘 페어번은 당시 안드레가 가족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곡기를 끊고 수분 섭취마저 거부하던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견을 들었다. 이후 호스피스로 이송된 안드레는 약 일주일 만에 영면에 들었다.
병세 진행되면서 업무 수행 불가능…입사 6개월 만에 퇴사
생전 레슬링과 럭비, 축구, 게임을 즐기던 평범한 청년이었던 그는 고급 자동차 브랜드 로터스에 입사해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세가 진행되면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져 입사 6개월 만에 퇴사해야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젊은 층의 치매 연구에 기여하고자 안드레의 뇌를 의학계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샘은 "전측두엽 치매가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과 진행 양상이 다양하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억력 감퇴나 행동 변화가 우려될 경우 나이와 상관없이 전문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치매는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지지만, 20대 발병 사례도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영역이다. 이를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와 구분해 '조기 발병 치매' 혹은 '초조기 발병 치매'로 분류한다. 30세 이전 발병은 극히 드물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신경퇴행성 질환을 원인으로 한 임상 보고가 존재한다.
성격 변화나 이상 행동, 언어 능력 감퇴 특징
주된 원인 질환으로는 전측두엽 치매(FTD)가 꼽힌다. 기억력 저하가 주증상인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성격 변화나 이상 행동, 언어 능력 감퇴가 선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10% 수준이지만, 20~40대 조기 발병 환자군에서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20대의 치매 증상이 단순한 건망증이나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는 점이다. 조기 발병 치매 환자 상당수가 초기에는 우울증이나 번아웃, 성격 장애 등으로 오진돼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치곤 한다. MRI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척수액 및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신경퇴행성 변화를 확인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치매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현재로서는 20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부재한 실정이다. 그러나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증상 완화 치료와 돌봄 계획 수립, 유전자 상담 등이 가능해진다. 또한 환자의 임상 데이터는 향후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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