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청와대가 9일 서울 대한상의 사무실에서 10대 기업 사장단과 만나 지방 투자와 청년 고용을 독려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회동을 주도했고 삼성, SK, 현대차 등의 사장급이 참석했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도 자리를 같이 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주문만으로는 결실을 얻기 힘들다.
우리 사회 무기력한 청년 문제는 고질적인 병폐가 됐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못찾아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청년들이 줄지 않는 상황이다. '그냥 쉬는' 20·30대가 무려 70만명(지난해 11월 기준)이 넘었다. 쉬었음 인구는 조사 때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데도 중기, 영세업체는 인력을 못구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한다. 고학력 대졸 청년들은 무기력에 빠지고 영세업체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양극화 구조 역시 심각한 문제다.
인공지능(AI)의 현장 활용이 가속화될수록 청년 일자리는 험난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I 노출이 높은 업종에서 청년 고용은 99% 감소했다. 청년 일자리 해법이 기술 혁명과 함께 더 풀기 힘든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 투자도 차근히 단계적으로 풀어여 한다. 기업의 투자는 인재와 인프라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쓸 사람도 없고 전력과 용수, 기반 시설이 없는 곳에 기업만 나홀로 공장을 짓고 옮겨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강구하고 인프라 개선 계획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최근 불거진 용인 산단의 반도체 공장 호남 이전 요구는 대표적인 잘못된 해법이었다. 여당의 호남 의원들이 군불을 지폈고 이재명 대통령이 운을 뗀 뒤 김성환 기후에너지 장관이 호응하면서 이전 논의는 난데없이 격론에 휩싸였다. 이전을 주장한 측은 전기와 공업용수가 풍부한 전북 새만금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옮기는 것이 여러가지로 득이라는 입장이었다. 수년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온 기업 입장에선 말할 수 없이 황당한 제안이었다.
반도체는 기업의 생사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전략 산업이어서 이전 발상 자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8일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며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너무나 당연한 결정을 공식화해야 하는 현실이 기막히다.
기업의 할 일이 정치권 계산에 휘둘리거나 정부 압박에 시달리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없다. 청년 고용, 지방 투자에 기업의 성과를 끌어내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인프라 축적에 정부가 먼저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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