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명목으로 4천만원 받아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
사망 이후에도 "일본 송금" 주장...法 "설득력 없다"
사망 이후에도 "일본 송금" 주장...法 "설득력 없다"
[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며 증세가 위중한 환자의 가족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조아람 판사)은 지난달 1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56)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송씨는 당시 임종 직전이었던 환자 A씨의 치료를 주선해주겠다며 딸과 사위인 피해자 조모씨, 홍모씨로부터 4000만원을 송금받은 뒤 이를 개인 채무 변제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씨는 2022년 12월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피해자들에게 "어머니 상태를 보니 일본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 혈액을 채취해 일본으로 보내 면역세포치료제를 배양한 뒤 항공우편으로 받아 다시 국내 병원에서 주사를 맞거나 직접 일본으로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를 진행하려면 4000만원이 필요하다며 송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송씨는 해당 치료를 실제로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송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이를 대부업체 채무 변제와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을 뿐 치료비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송씨의 말을 믿고 같은 달 30일 송씨 명의 계좌로 4000만원을 송금했지만 환자는 불과 사흘 뒤인 2023년 1월 2일 사망했다. 송씨는 송금 당일 피해자들에게 "오늘 일본으로 송금하겠다"고 연락했으며 이후 장례식장에서는 "이미 일본으로 돈이 들어가 있으니 회수되는 대로 돌려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송씨는 환자 사망 이전부터 이미 3000만원 이상을 개인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은 송씨가 뒤늦게 일본 병원 측에 일부 금액을 송금하긴 했지만 이는 이 사건 치료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본 병원이 폐업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치료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환자의 혈액 채취 등 실제 치료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환자 사망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해외 송금이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사후적인 변명에 불과하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송씨가 범행 당시 신용점수 300점대의 심각한 채무 상태였고 운영하던 회사 계좌도 압류돼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피해자들에게 수개월 간 "일본 병원 이사회 승인" "투자금 반환 예정" 등 거짓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며 시간을 끈 정황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3년께부터 국내 환자들이 일본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 왔으며 처음부터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업무가 명료하게 처리되지 않는 상황을 이용해 지속적인 거짓말로 피해자들에게 재산적 손해뿐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고, 현재까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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