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밤 신용카드 금리를 1년 동안만이라도 10%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하자고 말했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표심 잡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신용카드 금리를 규제할 권한은 없다.
1년 동안 신용카드 이자율 최고 10%로 묶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생활비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인 오는 20일부터 신용카드 금리를 최대 10%까지만 상한을 정해 1년 동안 이 금리를 유지하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 대중이 더 이상 신용카드 업체들에게 ‘뜯겨 먹히는(ripped off)’ 것을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은 20~30% 금리를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신용카드 금리에 1년 동안 10% 상한을 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금리 상한을 강제할 특정 규제에 나설지 불확실한 가운데 백악관은 논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미 신용카드 부채 규모는 약 1조1000억달러(약 1606조원)으로 대체로 20% 금리가 적용된다.
“득보다 실” 핵심 지지층도 우려
트럼프 제안에 대해 트럼프 핵심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창업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신용카드 이자율을 낮추자는 목표는 의미가 있지만 상한을 10%로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애크먼은 그렇게 되면 “카드사들은 신용위험이 우량등급 아래인 서브프라임 고객들에 대한 적정한 위험비용을 부과할 능력을 상실한다”면서 “불가피하게 미국인 수백만영의 신용카드가 카드사로부터 취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크먼은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인물이다.
은행 로비 단체들도 공동 성명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증거들로 볼 때 10% 금리 상한은 신용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상한은 소비자들을 더 높은 비용(금리)을 지불해야 하는 비제도권으로 내몰 것”이라고 경고했다.
목적이 선하다고 결과까지 선하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작년 2월 입법 실패
신용카드 이자율 상한 설정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역설적이게도 이 제안은 트럼프와 반대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좌파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와 여당인 공화당의 조시 홀리(미주리) 상원의원이 지난해 2월 관련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신용카드 이자율 상한을 10%로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입법되지는 못했다.
기업 압박으로 국면 전환 모색하는 트럼프
트럼프의 신용카드 이자율 10% 상한 제안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는 7일에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미 단독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임대 목적으로 단독 주택을 대거 사들이면서 집값이 뛰고 있고, 이 때문에 ‘아메리칸드림’의 정수인 ‘내 집 마련’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그는 또 같은 날 미 방산업체들이 정부 조달을 통해 번 돈을 주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도 중단토록 지시했다. 그 이윤은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대신 설비 투자, 연구개발(R&D)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어기면 정부 조달 계약은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의 이런 기업 압박은 중간 선거 승리를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세 아이의 엄마인 러네이 니콜 굿(37)을 총으로 쏴 죽이면서 미 전역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을 쥐어짜 민심을 되돌리려는 안간힘인 셈이다.
미국이 지난 3일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고, 베네수엘라 석유 개발권을 사실상 확보한 것 역시 미 유가 인하를 통해 중간 선거 표심을 잡으려는 포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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