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죽은 아들이 살아있다니"…英 뒤바뀐 신원에 두 가족 '비극'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1 08:23

수정 2026.01.11 08:22

좌측이 혼수상태였던 트레버, 우측이 사망한 조슈아. 두 소년의 신원 확인이 뒤바뀌면서 3주간 가족의 상황이 다르게 펼쳐졌다. 사진=사우스요크셔 경찰/SNS
좌측이 혼수상태였던 트레버, 우측이 사망한 조슈아. 두 소년의 신원 확인이 뒤바뀌면서 3주간 가족의 상황이 다르게 펼쳐졌다. 사진=사우스요크셔 경찰/SNS

[파이낸셜뉴스] 교통사고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신원 확인 오류로 10대 소년 두 명의 운명이 뒤바뀌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장례 절차를 밟으며 슬픔에 잠겨 있던 한 가족은 아들이 생존해 있다는 믿기 힘든 소식을 접한 반면, 매일 병실을 지키며 회복을 기도하던 다른 가족은 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과 미러 등 외신은 지난해 12월 13일 새벽 사우스요크셔주 로더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사고로 차량을 운전하던 17세 서머 루이즈 스콧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동승했던 두 명의 청소년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의료진은 혼수상태인 환자를 18세 조슈아 존슨으로, 사망자를 17세 트레버 윈으로 잘못 식별하는 오류를 범했다.



사망 통보 받고 시신 확인 거쳐 장례까지

사고 이후 약 3주간 트레버 윈의 가족은 아들이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고 시신 확인을 거쳐 장례까지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슈아 존슨의 가족은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환자가 자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으며 매일 병원을 찾아 회복만을 기다려왔다.

이 끔찍한 오류는 사고 발생 22일 만인 지난 1월 5일, 의식을 회복한 환자가 의료진에게 "왜 나를 '조시'라고 부르느냐"고 반문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진행된 신원 재확인 절차를 통해 해당 환자는 실제 트레버 윈이며, 사망자로 분류됐던 조슈아 존슨은 사고 당시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즉각 양측 가족에게 정정된 사실을 알렸고, 트레버 윈의 어머니가 병원을 찾아 아들의 생존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조슈아 존슨의 가족은 간절히 회복을 바라던 아들이 이미 사망했다는 비보를 뒤늦게 접하게 됐고, 트레버 윈의 가족은 장례를 준비하던 절망 속에서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번 신원 확인 오류는 사고 당시 두 청소년의 안면부 손상이 심각해 육안 식별이 어려웠던 데다, 신체적 특징마저 유사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수습 과정 전반에 과실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독립경찰행동감시기구(IOPC)에 자진 신고해 조사를 의뢰했다.

사우스요크셔 경찰 측은 "이번 일로 가족들이 겪었을 추가적인 정신적 충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이후 신원 확인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재 트레버 윈은 병원에서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며, 조슈아 존슨의 유족은 장례 절차를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의료 및 사법 시스템의 신원 확인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높아지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동반될 위험 높아

이처럼 교통사고 후 신원이 뒤바뀐 사실이 뒤늦게 밝혀질 경우, 유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일반적인 상실감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심각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애도 반응을 넘어 복합 애도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동반될 위험이 높은 위기 상황으로 분류한다.

신원 확인 오류가 바로잡힌 후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의 양상은 각기 다르다. 사망 통보를 받고 장례를 준비했던 가족과 중환자실에서 생존을 기대하던 가족은 서로 상이한 형태의 상실과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우선 사망 통보를 받고 애도 과정을 밟던 가족은 이미 떠난 사람으로 현실을 수용하며 감정을 정리하던 중 생존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일시적인 안도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수용했던 현실이 전복되면서 극심한 혼란과 분노, 비현실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애도 과정이 급작스럽게 중단되거나 역전되면서 감정과 기억이 정리되지 못한 채 외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준비되지 않은 상실로 '급성 충격'…반복적인 후회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

반면 병원에서 회복을 기대하던 가족은 희망을 품은 상태에서 예고 없는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며, 준비되지 않은 상실로 인한 급성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는 강한 부정 반응과 죄책감, 반복적인 후회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례에서 지연성 애도 반응, 외상성 애도, 복합 PTSD 등이 보고돼 왔다.
사고 자체보다 잘못된 사망 통보와 신원 확인 오류가 정신적 외상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수사 및 의료 기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회복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우 개인 상담을 넘어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기 정신건강 개입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초기부터 정신건강의학과 평가와 트라우마 중심 인지행동치료, 애도 상담을 병행해야 하며, 단순한 시간 경과로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장기적인 심리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