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닐 시신' 사건의 전말…휴대폰에 남은 기이한 녹음파일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2 05:20

수정 2026.01.12 08:30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파이낸셜뉴스] 차량에 시신을 4개월간 방치한 이른바 '삼인조 살인 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주범으로 지목된 김모 씨(56)의 가스라이팅 의혹과 사건의 실체를 추적했다.

지난 9월 6일 이모 씨(50대)는 자신이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며 차량 안에 시신이 있다고 자백했다.

외상성 쇼크사로 숨진 시신 약 4개월간 방치

경찰이 이 씨의 집 앞 공터에 주차된 차량을 수색한 결과 실제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의 진술은 사실로 확인됐다. 숨진 이는 배진경 씨(50대)로 파악됐다.

폭행으로 인한 외상성 쇼크사로 숨진 시신은 약 4개월간 방치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지난 5월 15일 피해자를 대나무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는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는 부인했으며, 공범 2명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은지 씨(39·가명)가 폭행을 강요했고, 김 씨의 지시를 따르던 윤모 씨(50대)가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고 진술했다.

윤 씨 역시 김 씨의 강요로 폭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하며 이 씨와 유사한 주장을 폈다. 반면 김 씨는 폭행을 지시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이 씨는 대리운전을 하며 알게 된 사이로 전해졌다. 20살 가까운 나이 차이에도 친분을 유지하던 두 사람의 모임에 김 씨의 지인인 피해자가 합류했다.

김 씨의 또 다른 지인 윤 씨도 이들과 어울렸다. 그러던 중 김 씨는 피해자가 빌려 간 돈을 갚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사건 당일 금전 문제로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김 씨는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 씨와 윤 씨에게도 폭행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 5월 14일 밤 10시경 시작된 폭행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폭행 끝에 피해자는 사망했다. 이후 3명은 피해자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와 윤 씨는 모든 범행이 김 씨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신 유기를 위해 렌터카를 대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비닐봉지에 담아 방치하고, 상자로 가린 뒤 수시로 소독하며 냄새 은폐

유기를 포기한 이들은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뒷좌석에 방치하고, 상자로 가린 뒤 수시로 소독하며 냄새를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씨는 이 씨에게 폭행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이 씨가 단독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윤 씨에게 폭행을 지시한 인물 역시 이 씨라며, 자신은 오히려 윤 씨를 말렸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이 씨와 윤 씨는 김 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시에 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신원은 두 사람이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름과 나이 모두 거짓이었으며, 실제 신원은 김미숙 씨(56)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미 결혼해 자녀까지 둔 상태였다. 김 씨를 지키려 했던 두 남성은 그의 실체를 확인한 뒤 김 씨의 지시대로 범행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존재하지 않는 채무 빌미로 독촉과 폭행

성실했던 피해자는 김 씨를 알게 된 후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돈을 빌린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채무를 빌미로 독촉과 폭행이 이뤄진 셈이다. 김 씨는 채무 변제를 이유로 피해자의 가족까지 착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사망 후 이 씨 또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친이 남긴 유산까지 처분해 김 씨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도피 자금 역시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처음에는 김 씨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뜻대로 했지만 나중에는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김 씨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 160여 개가 발견됐다. 해당 파일에는 신체 훼손이나 자해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충격을 줬다.

라이터와 송곳 등 이용한 가혹 행위

인지 능력이 다소 부족한 윤 씨는 김 씨의 폭행으로 머리와 치아를 크게 다친 상태였다. 이 씨와 윤 씨는 매일 김 씨에게 폭행당했으며, 도피 중 김 씨의 강요로 서로를 폭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터와 송곳 등을 이용한 가혹 행위가 이어졌으나 두 사람은 저항하지 못했다. 결국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 씨가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김 씨에 대해 "조종을 하기가 용이한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테스트, 처음에는 호감을 주면서 친절을 베풀어 나를 좋아하는구나 착각하게 만든다"며 "유대관계가 형성되면 남성을 비난하고 이 남성은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비난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그런 상태로 몰아간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지인들은 김 씨와 피해자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고 회상했다.

초기에는 원만한 관계였으나 점차 균열이 생겼다. 김 씨는 피해자에게 상습적으로 화를 내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또한 거짓말로 피해자를 비방했으나, 폭행 당일 피해자는 저항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피해자에게 김 씨가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 정서적 어려움을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다"며 "그 다음 악의적으로 착취, 그러면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용도 폐기, 피해자에게서 더는 돈이 나올 곳이 없어 제거 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도구로서만 인식했다"며 "피해자는 피의자에게 사망한 이후에도 도구에 불구한 속된 말로 쓰레기에 불구한 존재였다"고 분석했다.

모친 빚 갚아야 한다며 아들들에게 금전 요구

김 씨는 사회성이 부족한 피해자 아들들의 식사와 용돈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모친의 빚을 갚아야 한다며 아들들에게 금전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아들들은 모친의 사망 사실도 모른 채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돈을 보내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느끼게끔 만들고 이것을 너희 엄마가 다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자녀들이 엄마에 대한 비난에 동참하게 만드는 수법으로 끝까지 착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들들을 예비 도구로 여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지인은 "그렇게 살인까지 할 사람은 아닌데"라면서도 "그런데 시킨다고 하는 게 잘못 아니냐?"라며 이 씨와 윤 씨의 행동을 비판했다.

"기생적으로 다른 사람들 착취해서 사는 생활 습관"

전문가는 김 씨가 주로 어눌한 사람들과 어울린 점에 대해 "생계형 가스라이팅 형태로 여죄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며 "한번 성공하고 나면 지속 가능하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씨를 '여성형 사이코패스'로 규정하며 "기생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착취해서 사는 생활 습관은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의 전형적인 예이다. 자기애적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타인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반사회적 성향도 굉장히 강하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 세 사람의 재판에서 두 남성은 김 씨의 지시를 따랐다고 진술했으나, 김 씨는 남성들이 피해자에게 악감정을 품고 폭행했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전문가는 "김 씨가 범행을 지시했느냐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인정되면 형량 높아진다"면서도 "하지만 지시를 행한 것은 두 남성으로 책임 비중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
심리적 지배를 받은 범행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거쳐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김 씨가 있었기 때문에 범행이 일어났고, 김 씨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아예 존재도 안 했을 것이다"라며 "이 상황을 만든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