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에는 약물 사용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속쓰림은 임산부에게 흔한 증상이지만, 위산분비억제제의 안전성 논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13일 경희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연 교수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출생한 약 277만명의 아동과 산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단순 인구 기반 분석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 노출군에서 신경정신 질환 발생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으나, 연구팀은 해당 결과가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른 교란 효과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에 동일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형제자매 대조 분석’과 실제 임상시험을 모사하는 ‘모의 표적 임상시험(emulated target trial)’ 기법을 추가 적용했다.
교란 요인을 정밀하게 통제한 결과, 임신 중 위산분비억제제 사용과 자녀의 신경정신 질환 발생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관찰 연구에서 제기됐던 우려를 과학적으로 재검증한 결과다.
연 교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은 윤리적·현실적 제약이 크다”며 “고도화된 의료 빅데이터와 선진 역학 연구 방법론을 결합해 약물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의과대학 학부생이 연구의 중심 역할을 맡아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제1저자인 홍서현 학생을 비롯해 학부 연구진이 대규모 국가 의료 빅데이터 분석과 고난도 연구 설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의학 연구 교육의 성과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홍서현 학생은 “이번 연구가 산모들이 보다 안심하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 교수는 “앞으로도 의료 빅데이터와 정교한 연구 방법론을 기반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치료 근거를 제시하는 디지털 헬스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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