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한 美, 새로운 적대 정권 대응 전략 시험중
직접 무너뜨리고 새로 친미 정권 세우던 과거 방식에 한계
지도부만 교체하고 기존 정권 유지하며 관계 관리
서방식 민주주의 이식은 우선 순위 아냐, 이권 먼저
직접 무너뜨리고 새로 친미 정권 세우던 과거 방식에 한계
지도부만 교체하고 기존 정권 유지하며 관계 관리
서방식 민주주의 이식은 우선 순위 아냐, 이권 먼저
[파이낸셜뉴스]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적대적인 정부를 직접 무너뜨렸던 미국이 이달 베네수엘라 기습을 통해 해외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은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들여 불안한 친(親)미 정권을 세우는 대신, 기존 정권의 지도자만 교체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도록 ‘관리’하는 전략을 시험 중이다.
'정권 교체' 대신 '정권 관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분석했다. 미군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에서 특수부대를 이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 혐의로 체포했으나, 공식적으로 따로 주둔 병력을 남기지 않고 철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전쟁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약 27년 동안 이어진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은 마두로가 축출된 이후에도 건재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5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해 마두로 정부를 계속 운영했다. 트럼프는 같은 날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와 협력하고 있다며 그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페인어로 유창하게 소통한다. 그들의 관계는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동시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나"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치에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안보·외교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에르난데스 로이 부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전통적으로 알고 있던 정권 교체가 아니다. 정권 관리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체제 붕괴 없이 행동만 바꾸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미국 앰허스트 대학의 하비에르 코랄레스 정치학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사례가 “국가 단위의 운영 지도”라며 “혁신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패권 국가로 떠오른 미국은 그 동안 미국의 이권이 달린 지역에서 적대적인 정권과 충돌하면, 직접 공격해 정권을 무너뜨리고 서방식 민주주의 정권을 세우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미국이 세운 정권은 현지에서 제대로 뿌리박지 못했고, 미국은 신생 친미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미국은 2001년부터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기존 정부를 무너뜨렸으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결국 2021년에 철수했다. 긴 내전 끝에 들어선 이라크 정부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미군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4조 달러(약 5874조원) 이상의 미국 세금이 사라졌다.
한계 느낀 美, 외주 운영으로 선회
미국 예일 대학교의 존 루이스 개디스 전쟁사 교수는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노력 끝에 마침내 서방식 정부를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힘이 부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택지는 두 가지"라며 "자신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악당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거나, 세상을 천사로 채우려다가 자신의 힘과 자산을 소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기 정부 당시 해외 분쟁을 추가하지 않았다고 자랑했던 트럼프는 2기 정부에서도 미군을 새로운 분쟁 지역에 보내는 상황을 꺼렸다. 미국 해군사관학교의 존 폴가 헤시모비치 정치학 교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권을 교체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최소 10만명의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대 병력 기준으로 이라크(17만명) 주둔군보다 적지만 파나마(2만7000명)보다는 훨씬 많은 숫자다. 폴가 헤시모비치는 “트럼프는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의 지지 세력도 그렇다”며 베네수엘라 사례가 “그 대안이다”라고 설명했다.
WSJ는 미국이 마두로 축줄 이후 마두로 정권을 재활용하는 노선을 취하면서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 개방, 미국행 마약 차단, 중국·러시아·이란 억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정착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앰허스트 대학의 코랄레스는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의 변화를 바라지만, 해병대 파견은 원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베네수엘라의 안정을 위해 '악당'인 정권에 외주를 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로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원은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기로 했다. 마차도는 지난 6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이 차기 베네수엘라 지도자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마차도가 “베네수엘라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면서 “국가 내부적으로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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