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언제 배 아플지 몰라 외출이 두려워요"... 시도 때도 없는 설사, 완치 어렵다는 '이 병' [이거 무슨 병]

성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4 19:00

수정 2026.01.14 19:00

반복되는 복통·설사로 일상 무너뜨리는 크론병
완치 없지만 관리 가능... 금연·식단 조절 필수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주로 소장과 대장에 나타나며, 증상이 악화되는 급성기와 증상이 거의 없는 관해기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잦은 복통과 설사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치루 등 항문 질환이 동반한 경우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주로 소장과 대장에 나타나며, 증상이 악화되는 급성기와 증상이 거의 없는 관해기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잦은 복통과 설사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치루 등 항문 질환이 동반한 경우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게 되니까 외출하는 게 두려워요. 언제 갑자기 배가 아플지 몰라서요."

잦은 복통과 설사로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만드는 크론병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2020년 2만5476명에서 지난해 3만4614명으로 4년 새 36% 늘었다. 크론병으로 인한 만성 염증은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켜 장기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만큼,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크론병은 유전병이 아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은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입에서 항문까지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은 장벽 전체에 걸쳐 생길 수 있으며, 띄엄띄엄 깊은 궤양이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크론병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유전병이라는 것이다. 유전병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 또는 변이에 의한 질환으로 유전자 변이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되면서 발병한다.

하지만 크론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보다도 유전될 확률이 낮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이나 당뇨의 경우 부모 모두 해당 질병을 가진 경우 자녀의 발병 확률이 30~50%인 반면, 크론병은 10~30%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모 한쪽만 크론병인 경우 자녀도 크론병에 걸릴 확률은 1~8%대로 떨어진다.

학계에서는 크론병의 발병 요인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지만, 유전적 요소 외에도 식습관이나 흡연, 대기오염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무증상 반복... 치료 늦으면 장 천공 위험↑

크론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은 증상이 악화되는 '급성기'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관해기'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급성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복통과 설사다.

크론병으로 인한 염증은 위장관 어디에나 생길 수 있지만, 특히 소장에 많이 생긴다. 소장은 소화된 음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이다. 특별히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아도 장내 염증으로 인해 흡수되지 못한 영양분이 강한 복통과 함께 설사를 일으킨다.

반복되는 설사는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이때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성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크론병 환자 중 약 40%에서 치열이나 치루 등 항문 질환을 동반한다. 이때문에 크론병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잦은 복통·설사와 함께 치루가 여러 군데서 한꺼번에 생기거나 항문 주위에 고름 주머니가 반복해서 생긴다면 크론병으로 인한 염증때문일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크론병은 초기 염증 단계에서 면역조절제와 항생제 등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약물로 염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장 폐쇄나 천공(장에 구멍이 생김) 등이 생기면 염증이 생긴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크론병 환자의 장은 수술 후에도 장을 이어붙인 부분에서 누출이나 복강 내 농양(장 속 내용물이 복강으로 나와 고름 주머니를 형성)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20~40%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크론병으로 인해 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약 10%는 5년 이내에, 약 35%는 10년 이내에 재수술을 받을 정도다. 크론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완치는 어렵지만... 크론병 관리법

흡연은 크론병의 발병과 재발 위험을 높이는 핵심 원인이다. 크론병 환자가 담배를 피우면 증상을 악화되고 약물 치료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흡연은 크론병의 발병과 재발 위험을 높이는 핵심 원인이다. 크론병 환자가 담배를 피우면 증상을 악화되고 약물 치료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으로 인한 염증을 완벽히 없애는 치료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증상을 조절하고 관해기를 늘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크론병 환자에게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흡연은 크론병 발병과 재발 위험을 모두 높이는 가장 치명적인 악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흡연하는 크론병 환자는 비흡연 환자에 비해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위험이 약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0년 내 재수술률은 비흡연자가 40%인 데 반해 흡연자는 70%로, 30%p나 높게 나타났다.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대한장연구학회가 발간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모든 것'에 따르면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콩,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카페인, 매운 음식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이들 식품은 장 자극을 유발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익힌 채소와 두유, 살코기, 생선, 두부, 계란 등은 비교적 부담이 적어 권장한다.

크론병은 대표적인 소장·대장암 유발 인자다. 크론병 환자는 일반인 대비 소장암 발생 확률이 20배 높으며, 대장암은 2~3배 높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와 증상 변화에 따라 치료를 조정해 관해기를 늘리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론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반복되는 복통이나 설사,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 의심증상이 있다면 소화기내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나이 탓, 스트레스 탓' 하다가 놓치는게 병입니다. [이거 무슨 병]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질병들의 전조증상과 예방법을 짚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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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fnnews.com 성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