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향 메모리 공급 감소
원가 상승분 소비자 전가 불가피
전자업계 프리미엄 라인업 집중
보급형 사양 낮춰 수익 확보 사활
원가 상승분 소비자 전가 불가피
전자업계 프리미엄 라인업 집중
보급형 사양 낮춰 수익 확보 사활
■IT제품, 소비자 가격 상승 본격화
1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PC 출하량은 2억7950만대로 전년 대비 9.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메모리와 스토리지 공급이 부족으로 지난해 중반부터 가격 상승 압력이 시작되면서 올해 출하량 전망치는 예년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품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PC나 노트북 등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는 시스템 메모리 제품군인 더블데이트레이트(DDR5)의 1GB당 가격은 1만5000원~1만6000원을 기록, 최근 10년 이내 유례없는 신고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DDR5(16GB) 제품은 지난해 1월 평균 6만7383원에서 12월 24만6145원까지 올랐다. 연간 상승률은 265.2%에 달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DDR5(16GB) 제품도 9만1593원에서 26만3992원으로 188.0%, 마이크론 제품은 5만5221원에서 24만6880원으로 347.0% 폭증했다. 1년 새 모두 3~4배씩 비싸진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점을 꼽는다.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 향 메모리 제품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이 최근 AI 메모리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메모리가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올해부터는 소비자 가격으로의 전가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보급형 라인업의 사양을 낮추고 프리미엄 라인업의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는 '양극화' 전략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벤 예 옴디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4분기부터 4·4분기까지 일반 PC 메모리와 스토리지 비용이 40%에서 70%까지 상승하며 소비자에게 비용 증가분이 전가됐다"며 "2026년 공급 부족을 고려할 때, 업계는 마진 보호를 위해 고가형 라인업에 집중하고 중저가형 제품은 사양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제품 전면에
값싼 보급형 제품을 통한 판매량 확대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평균판매가격(ASP) 인상으로 실적을 방어하려는 메모리 업체의 전략이 완제품 시장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업체들이 AI 기능을 접목한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다퉈 선보이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전작보다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강화, 초당 최대 50조회의 연산을 통해 AI 활용성을 높인 '갤럭시 북6 시리즈'를 이달 공개했고, LG전자도 최근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 3.5'를 탑재한 '2026년형 LG 그램'을 선뵀다.
일각에선 완제품 제조사들의 메모리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다른 부품 조달 과정에서 비용 절감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일 CES 2026에서 "고객사를 만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며 "재료 단가에서 한 쪽이 올랐으니, 다른데서 줄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우려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선 결국 올해 완제품 업체들의 실적은 메모리의 조달 능력과 협상력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능 강화는 프리미엄 PC나 노트북 등의 가격 인상 명분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완제품 업체 중에서도 메모리나 디스플레이 등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춘 곳들이 비교적 수익성 방어 여지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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