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틀쥬스' 코미디 작가로 활약
[파이낸셜뉴스] 일명 ‘쥐롤라(쥐를 담은 외모의 롤라)’ 캐릭터로 뮤지컬 ‘킹키부츠’ 흥행을 견인한 코미디언 이창호가 뮤지컬 비틀쥬스 각색가로 데뷔하며 “부업과 본업이 뒤바뀌는” 경력의 새 장을 열었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비틀쥬스’는 갓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에 이사 온 낯선 가족을 내쫓기 위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힌 괴짜 존재 ‘비틀쥬스’와 손을 잡으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소동을 그린다. 지난해 12월, 국내 초연된 이후 4년 만에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재연에 들어가며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제안받고, 깜짝 카메라인줄"
이창호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연출님께)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깜짝 카메라인 줄 알고 주변에 카메라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작품 자체를 전혀 몰랐고, 처음에는 ‘비틀쥬스’가 사탕 이름인 줄 알았다”며 “원작 공연과 영화를 차례로 보고 나서야 이렇게 코미디언의 언어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이 있구나 싶어 작업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고 털어놨다.
뮤지컬과의 인연은 콘텐츠 제작에서 출발했다. ‘뮤지컬스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공개된 유튜브채널 '빵송국'의 콘텐츠로 당시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들이 희망을 노래한다'는 콘셉트의 콘텐츠였다. 이때 선보인 '킹키부츠' 롤라를 재현한 쥐롤라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는 “처음엔 뮤지컬이 나와는 거리가 먼 문화처럼 느껴졌다”며 “그런데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작품 정보를 찾아보고,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티켓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돼 있었다. 어느 순간 부업이 주업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웃기기보다 진지하게’ 접근했던 시도가 오히려 뮤지컬 팬들의 호응을 얻었고, 뜻밖에도 지금의 자리로 이어졌다.
그는 앞서 '비틀쥬스' 한국어 대본을 작업한 김수빈 번역가를 둘째 누나, 심설인 연출을 첫째 누나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과 작업 방식에 대해 “먼저 둘째 누나(김수빈 번역가)에게 상의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첫째 누나(심설인 연출)에게 가서 건의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회의는 짧게는 다섯 시간, 길게는 여섯 시간 이상 이어졌다. “회의 내내 앉아서 말로 설명하기보다 서로 연기하느라 바빴"단다. 해외 연출진을 설득할 때도 마찬가지. 그는 “연기하며 보여주는 게 훨씬 직관적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비틀쥬스와 관객 첫 대면신..28억 세트 대사 공들였죠"
작업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장면을 묻자 비틀쥬스가 처음 관객과 직접 만나는 부분을 꼽았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관객과의 첫 대사가 시작되는데, 그 짧은 순간에 웃음도 터져야 하고 캐릭터와 작품 설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그 부분이 진검승부구간이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의 또다른 주인공, 집 세트가 나오는 부분 대사도 신경 썼다. 원래는 부부 유령인 아담과 바바라가 “저기, 저 집이야”라고 말하면 곧바로 세트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이창호는 이를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비틀었다. 그는 “티켓값의 3분의 1이 들어간 28억짜리 세트가 나온다”는 대사를 덧붙였고, ‘이십팔억’을 일부러 ‘이, 십팔억’으로 끊어 발음하며 숫자에 말맛을 입혔다.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공감한 인물은 누굴까? 그는 주인공 비틀쥬스가 아닌 델리아를 꼽았다. 델리아는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리디아의 가정교사이자 리디아 아빠의 새 여자 친구다.
이창호는 “겉으로는 늘 건강한 척하지만 속은 많이 망가져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며 “안 건강하니까 더 밝아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괜히 욕심내다 원작이 난도질당하는 건 싫어 스스로 검열을 더 많이 했죠. 첫 공연을 시작한 다음에는 일주일 정도 매일 사이트에서 반응을 봤어요. '초연보다 재밌다'는 반응이 제일 좋았죠. 지금 뮤지컬 신에 꼭 필요한 매력적인 작품 같아요."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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