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정부가 올해부터 철강산업 구조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자율적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이미 사업 재편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업계와 달리 아직 재무 여력이 남아 있는 데다 설비 폐쇄와 관련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조정 능력과 철강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 여부가 구조조정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지난 13일 열린 ‘2026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철강 산업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과잉 품목(철근) 설비 규모 조정 △고부가가치·저탄소 강재로의 전환 △통상 전략의 선제적 전환을 향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국내 철강 산업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업황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석유화학산업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적자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철강사들은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설비 폐쇄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더 첨예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설비 철거와 환경 정화 등 폐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철강사들의 체력이 아직은 괜찮지만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하루라도 빨리 사업 재편 논의를 시작하는 게 서로에게 윈윈인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스스로 이해관계를 조정해 움직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도 “철강도 반도체처럼 5년 주기설이 거론되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기에 이번 위기를 잘 넘기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며 “정부가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스스로 군살을 도려내고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고부가가치·저탄소 강재로의 전환이 철강업계 위기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 교수는 “중국, 일본과 동일한 범용 제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변압기용 전기강판,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수송용 강재, 항공우주·방산용 강재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우리나라의 고망간강은 조선, 방산 산업에 특화된 강재로, 강도와 내마모성에서 강점이 있다”며 “전기강판 등 특수강 역시 전력 인프라 확대와 로봇, 전기차 등 수요 증가로 성장 기회가 크다”고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