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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무승부? 中 비웃을 자격 없다"... 언제부터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는 처지 됐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5 06:30

수정 2026.01.15 06:30

중국, 태국과 무승부... 조2위로 사상 첫 8강 진출
같은 8강... 실리 챙긴 중국 vs 색깔 잃은 한국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8강서 中이 이긴 호주와 맞대결
中은 한국에게 승리한 우즈벡과 8강전
2026 아시안컵 중국 축구.AFC
2026 아시안컵 중국 축구.AFC


[파이낸셜뉴스] 참담하다.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처하던 한국 축구가 이제는 '공한증'의 대상이었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처지가 됐다.

아니, 냉정히 말해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성적표만 놓고 보면 우리가 중국보다 못하다.

중국 U-23 대표팀은 14일 태국과의 최종전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경기 내내 태국의 공세에 시달렸고 자책골 위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버텨냈다.

이로써 중국은 1승 2무(승점 5), 무패의 성적으로 D조 2위를 차지하며 '역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철저한 실리 축구, 이른바 '늪 축구'를 구사했다. 3경기에서 단 1골을 넣었지만, 반대로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질식 수비'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 안토니오 푸체 감독의 수비 축구는 지루하다는 비난을 받을 지언정 결과는 챙겼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1승 1무 1패(승점 4). 승점에서도 중국에 밀린다. 중국이 '무실점'으로 버티는 동안, 한국은 우즈벡에게 2골, 레바논에게 2골을 내주며 수비 조직력이 붕괴됐다. 우리가 중국의 '침대 축구', '수비 축구'를 비웃을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더 비참한 건 아시아 축구의 판도 변화다. 라이벌 일본은 3전 전승 무실점으로 저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박항서 매직'을 이은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 역시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비상했다.

그런데 한국만 지금 중국과 엉켜서 8강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며 경쟁해야 할 시기에, 중국과 "누가 더 못하나"를 겨루는 모양새가 됐다.

중국 축구가 사상 첫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승점 3점을 챙겨 조2위를 기록했다.연합뉴스
중국 축구가 사상 첫 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승점 3점을 챙겨 조2위를 기록했다.연합뉴스

운명의 장난일까. 한국의 8강 상대는 호주, 중국의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결정됐다. 여기서 한국 축구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비교 매치'가 성사됐다.

중국은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1-0으로 꺾었다. 만약 한국이 8강에서 호주를 넘지 못한다면? '한국은 호주에게 지고, 호주는 중국에게 졌다. 고로 한국은 중국보다 약하다'는 삼단논법이 성립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굴욕이다.

반대로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선전한다면? 한국은 우즈벡에게 0-2로 완패했다. 만약 중국이 우즈벡과 비등한 경기를 하거나 이기기라도 한다면, 한국은 중국보다 못한 팀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인증하는 꼴이 된다.

이제 한국 축구는 중국을 나무라거나 무시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18일, 호주를 꺾지 못하면 우리는 아시안게임 4연패는커녕 '아시아의 2류', 아니 중국 밑의 '3류'로 추락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호주전은 단순한 4강 진출전이 아니다.
무너져가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아니 '중국보다는 낫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서글픈 생존 신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