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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韓 다 피했다" 베트남 김상식의 '미친 계산', 결승까지 고속도로 뚫렸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5 10:41

수정 2026.01.15 10:41

베트남, 일본-한국 피해 UAE와 8강전... 4강은 우즈벡 가능성 커
우승 후보 일본 피한 것이 가장 큰 성과... 결승행 가능성 높아져
베트남, 새로운 기적 쓸까
U-23 아시안컵 베트남.AFC
U-23 아시안컵 베트남.AFC

[파이낸셜뉴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이 아시아 무대에서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13일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제압하며 죽음의 조라 불리던 A조에서 3전 전승,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 팬들이 진짜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조별리그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사우디전 승리로 인해 베트남이 받아든 8강 이후의 대진표가 우승을 노려볼 수 있을 만큼 완벽한 '꽃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조 1위를 차지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을 피했다는 점이다.

만약 조 2위였다면 B조 1위인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8강에서 만나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김상식 감독은 이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우디를 상대로 끝까지 승리를 노린 배경에는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 결과 베트남은 8강에서 C조 2위인 UAE를 만난다. UAE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일본이나 한국에 비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받는다.

더욱 소름 돋는 것은 4강 대진이다. 베트남이 UAE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할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의 경기 승자와 맞붙게 된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한국, 일본, 호주, 이란 등 아시아의 전통 강호들이 즐비한 반대편 대진표와 비교하면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다. 현재 파죽지세인 베트남의 기세라면 우즈베키스탄이나 중국 누구를 만나더라도 승산이 충분하다. 즉, 베트남은 결승전 무대를 밟을 때까지 가장 부담스러운 '양대 산맥'인 한국과 일본을 모두 피하게 된 것이다. 이는 베트남 축구가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현실적인 희망을 안겨준다.

김상식 베트남 감독.뉴시스
김상식 베트남 감독.뉴시스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단순한 설레발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유는 김상식 감독의 최근 행보가 증명한다. 김 감독은 베트남 부임 이후 말 그대로 '승리하는 기계'가 되었다. 불과 1개월 전 베트남 A대표팀을 이끌고 동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고, 이어 AFF U-23 챔피언십 우승, 동남아시안게임(SEA) 금메달까지 휩쓸었다. 이는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불리는 박항서 전 감독조차 해내지 못했던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김상식 감독은 부임 초기 "수비가 불안하다"는 우려를 3경기 단 1실점이라는 짠물 수비로 잠재웠고, 적재적소에 터지는 용병술로 전술적 역량까지 입증했다.

한국 축구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며 가슴을 졸일 때, 김상식호는 실력으로 사우디를 꺾고 스스로 최상의 대진표를 완성했다.

"수출용 지도자가 내수용보다 낫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밖에서 펄펄 나는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정작 한국도 장담 못 하는 아시안컵 결승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상식의 매직은 이제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의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