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다음달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신당을 공동 설립하기로 15일 전격 합의했다. 양 당은 안보정책과 헌법 개정 등에서 '보수색'을 강화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에 대응해 '중도' 결집에 나설 예정이다.
15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와 사이토 테츠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수회담을 열고 신당 결성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양 당은 선거 협력 등에 대해 두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절차를 각각 마쳤다.
신당 창당은 노다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중도 개혁 노선을 내건 양 당이 신당을 결성해 이번 총선거에서 표를 끌어모은다는 구상이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두 당 후보를 동일 명부에 올리는 ‘통일 명부’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의석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표'를 줄여 세력 확대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다. 다만 신당은 중의원 의원만으로 창당하고 참의원 의원은 기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에 남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자민당과 26년간 연립정권을 구성하다가 지난해 10월 이탈한 공명당이 종전에 자민당과 취해온 선거 협력보다 한층 더 강화된 방식이다.
과거 공명당은 자민당 연정 이탈 전까지 지역구 투표에서 상당수 자민당 후보를 추천해 밀어주고, 대신 자민당은 자당 지지 세력에 공명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밀어줄 것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선거 협력을 했다.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둔 공명당은 지역구별로 일정한 고정 지지표를 확보할 수 있어 입헌민주당과의 선거 협력 구상이 실현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자민당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및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단에게 오는 30일 소집 예정인 정기국회 초기에 중의원을 해산할 의향을 밝혔다. 그는 양 당 간부에게 "(정기국회의) 이른 시기에 해산하는 쪽으로 말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밤 요미우리신문 보도로 알려진 조기 총선 검토 계획은 다카이치 총리 주변의 극소수에게만 공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조차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한편 선거 일정은 오는 23일 정기국회 첫날 중의원 해산을 거쳐 27일 선거 공시 후 내달 8일 투표를 치르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요미우리신문은 "1월 중 국회 해산은 예산안 처리 지연 우려 때문에 실시된 사례가 극히 적다"며 "현행 헌법에서는 1955년과 1990년 등 2번뿐"이라고 전했다. 국회법 개정으로 정기국회가 1월에 소집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로는 사례가 전무하다.
15일 양당 대표단은 국회에서 회동하고 소선거구·비례대표에서 상호 지원하는 선거 협력 방안을 확정했다. 양당 후보를 단일 명부에 등재하는 ‘통일 명부’ 방식을 채택해 사표(死票)를 줄이고 의석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신당은 우선 중의원 선거에 한해 적용되며 참의원 및 지방의회는 기존 소속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공명, 비례 상위로 생존 모색…입헌민주에 조직표 제공
협력 구도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연립이 깨진 이후 소선거구 경쟁력이 약화돼 있다. 비례 명부 상위 배치가 보장되면 의석 확보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공명당의 창가학회 조직표를 확보해 접전 지역에서 자민당 후보를 압박할 수 있다.
공명당의 소선거구 완전 철수 여부는 내부 논의가 남아 있다. 2024년 중의원 선거에서 공명당 소속 4명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바 있으며, 사이토 대표 본인도 히로시마 3구를 지역구로 둔다.
타카이치 정권 ‘우향우’ 견제…재정·헌금 문제도 동시 공략
협력의 배경에는 타카이치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헌법 노선에 대한 경계감이 깔려 있다. 여당 내에서는 비핵 3원칙 재검토, 집단적 자위권 전면 용인, 헌법 9조 2항 삭제 등 보수 성향의 개헌론이 부상하고 있다.
재정 측면에서도 양당은 타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 기조가 금리 상승과 엔저를 유발해 가계 부담을 키운다고 비판한다. 자민당의 ‘정치와 돈’ 이슈를 겨냥해 기업·단체 헌금 규제 강화도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선거용 연대” 비판도…국민민주당은 거리 두기
반면 외부의 시선은 냉정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당의 조급함을 반영한다”며 선거용 연대라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선거에서 양당 모두 존재감이 약화된 가운데 다당 구도 속에서 의석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민주당의 타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주장이 다른 정당이 선거 때만 명부를 합치는 것이 국민에게 이해될지 의문”이라며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2017년 ‘희망의 당’ 실패 사례 의식
일본에서는 2017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주도한 보수신당 ‘희망의 당’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으나, 내부 배제 논란으로 급속히 쇠퇴한 전례가 있다. 입헌민주당 아즈미 준 간사장은 이날 “우리는 배제의 논리로 가지 않는다”며 중도권 확장 의지를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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