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2년 이어진 ‘533억 담배소송’… 건보공단, 2심서도 패소

강중모 기자,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15 18:17

수정 2026.01.15 18:17

담배회사 상대 ‘흡연 피해’ 손배소
법원 "개별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정기석 이사장 "대법원 상고 계획"
12년 이어진 ‘533억 담배소송’… 건보공단, 2심서도 패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로 인해 건보공단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흡연과 폐암 등의 개별적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단은 대법원 상고를 검토할 계획이다.

■법원 "흡연과 암 발병 사이 법적 인과관계 입증 안돼"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재판장 박해빈)는 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공단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공단이 지난 2014년 4월 "담배회사가 흡연의 폐해와 중독성을 은폐·축소해 국민 건강을 해치고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며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국내외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제기한 국내 첫 공공기관 주도의 담배 손해배상 소송이다.

공단은 30년 이상, 20갑년(하루 1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과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 약 533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법적 인과관계가 개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환자의 질병이 담배회사 제품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공단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지급한 것은 보험자 지위에서의 사회보험 급여일 뿐, 이를 이유로 담배회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직접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담배의 설계상·표시상 결함이나 불법행위 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공단은 흡연을 개인의 기호나 자유의지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흡연 지속이 구조화돼 있으며, 특히 소세포폐암과 편평세포암, 후두암 등은 흡연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또 담배회사들이 오랜 기간 흡연의 위해성과 중독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경고 문구 역시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소비자의 실질적 위험 인식을 제한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 소송 항소심의 제12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직접 설명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의사 출신으로 호흡기내과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변론기일 당시 담배가 폐암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과학적·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됐고 설령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담배는 질병의 발생과 악화를 촉진하는 충분한 기여인자이므로 담배회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공단 "판결 존중하지만 흡연은 개인 선택이 아니라 공중보건 문제"

이날 2심 선고 직후 정 이사장은 "판결 결과는 존중하지만, 흡연 피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공단의 역할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도 밝혔다.

정 이사장은 "흡연은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중독과 정보 비대칭 속에서 발생하는 공중보건 문제"라며 "대법원 판단을 통해 법리적 쟁점을 다시 한 번 다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담배의 위해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현행 민사 책임 구조에서 이를 손해배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재판부는 흡연이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 때문에 이번 소송은 결과와 별개로 흡연 피해를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 비용 문제로 공론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