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프로작’이라는 약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원래 세로토닌은 한 번 분비된 후 재활용을 위해 곧바로 재흡수된다. 뇌에 머무는 것은 고작 몇 분이라서 길게 효과를 내지 못한다. 프로작은 이러한 재흡수 과정을 차단해서 세로토닌이 뇌에 더 오래 머물고 뒤에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합쳐져 고농도로 쌓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다른 신경전달물질 말고 세로토닌만 선택적으로 재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욱 좋다. 그래서 프로작과 같은 약물을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 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플로옥세틴캡슐’, ‘플루작캡슐’, ‘플루세틴캡슐’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복제약이 처방되고 있다. 프로작 외에 졸로푸트, 팍실, 렉사프로, 듀미록스 등도 흔히 처방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다.
모두 우울증뿐만 아니라 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에 처방되고 의사 임의로 조루나 다이어트 약으로도 처방된다. 이 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이라서 조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정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성욕이 감퇴하거나 발기가 안 되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조루 치료제로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이어트 효과 역시 이론만 거창할 뿐 실질적인 체중감량 효과는 크지 않으며 오히려 졸음, 무기력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는 과용하면 세로토닌 증후군을 초래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세로토닌 증후군이란 뇌에 세로토닌이 재흡수되지 않고 계속 쌓여 양이 너무 많아져 생기는 증상이다. 심박수가 증가하고 고열, 발한, 동공확장, 발작, 설사 등이 나타난다. 다른 우울증 약도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병용하려면 반드시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특히 시중에 심신의 안정을 다스려주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성 요한의 풀(St. John’s Wort)’이 흔히 판매되는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를 처방 받은 사람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세로토닌 부족이 우울증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나 환자의 기질적 취약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처한 개인적 상황, 현실 문제 등이 깊은 슬픔이나 불안을 초래하여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약으로 증상을 개선하되 심리치료도 함께 받아 현실적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직면할 힘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세로토닌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파민 보상회로는 배가 고플 때 우리를 적극적으로 먹게 하고, 세로토닌 회로는 포만감이 느껴지면 먹는 것을 멈추게 한다. 만약 배가 부른데 멈추지 못하고 계속 먹는다면 두 가지를 의심할 수 있다. 도파민에 내성이 생겨 맛이 주는 쾌감에 중독된 것일 수 있고, 혹은 세로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세로토닌이 식욕에 관여한다는 것은 우울증 환자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05~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전체 성인 인구의 7.2%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이들의 43%가 비만이라고 한다.
또한 비만인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5%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로토닌 부족이 우울증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식욕 조절 능력이 떨어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세로토닌 분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이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을까?
우울증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를 처방 받은 사람들 중에는 식욕이 바로 잡히면서 체중에 변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이에 착안하여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이 약을 살 빠지는 약으로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보면 초기 한달 사이에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1킬로그램 안팎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복용했을 때는 체중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온다.
오히려 이 약의 알려진 부작용인 졸음, 멍한 상태, 두통, 소화불량, 설사 등에 시달려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다. 우울증이면서 과체중인 환자들에게는 이 약이 두 증상 모두에 도움이 되겠지만 우울증이 없는 사람이 단지 살을 빼기 위한 이유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울러 식욕 조절에 문제가 있다면 약에 기대기보다 아침 산책, 충분한 야외 활동, 운동, 즐거운 활동 등으로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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