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이버 보안 사고, 인공지능(AI) 투자 실패, 환경오염 이슈 등이 임원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직결되면서 ‘임원 배상책임보험(D&O)’이 경영의 필수 안전장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김가현 연구원은 19일 ‘글로벌시장의 임원 배상책임보험 동향’ 보고서를 통해 “AI나 환경오염 관련 소송은 과학적 입증이 어렵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최종 판결 이전이라도 막대한 방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임원 배상책임보험은 단순한 보험이 아니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임원과 기업을 동시에 지키는 핵심 장치”라고 밝혔다.
‘임원 배상책임보험’은 이사·대표이사·임원이 업무 과정에서 관리·감독 소홀이나 공시 문제 등으로 주주·투자자·규제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발생하는 법률비용과 배상금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회사가 아닌 임원 개인의 법적 책임을 보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사이버 리스크가 임원 배상책임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
AI 시장 성장도 새로운 법적 위험을 동반한다. 글로벌 AI 시장은 2033년까지 4조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기술 성과를 과장하는 ‘AI 워싱(AI-Washing)’과 관련된 소송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0년 이후 AI 관련 소송이 53건 제기됐으며, 2025년 상반기에만 12건이 발생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집단소송이 빈번한 미국 사법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약 60%의 기업이 미국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로 기업 파산이 증가할 경우, 임원을 상대로 한 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미국 증권 집단소송의 평균 합의금은 5600만달러(약 810억원)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과불화화합물(PFAS) 오염 문제가 대표적이다. PFAS 관련 환경 소송 비용만 향후 미국에서 1000억달러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주들이 위험 식별과 공시 부족을 이유로 임원 책임을 묻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원은 “임원들은 위험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해 감독 소홀 책임을 방어하는 한편, 보험 가입 시에도 보다 전략적인 보장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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