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달 8일 조기 총선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여야가 경쟁적으로 '식품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일본 재정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감세가 고물가에 시달리는 가계를 단기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뚜렷한 재원 대책이 없어 엔화 약세와 장기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식품 소비세율은 현재 약 8%로, 이를 전면 폐지할 경우 연간 약 5조엔(약 46조6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야 모두 감세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보이고 있으나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 소비세 감세를 먼저 꺼내든 쪽은 다카이치의 대항 세력인 '중도개혁 연합'이다.
다카이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식품 소비세를 2년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야당 공약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감세와 함께 제시된 정책들이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휘발유세 인하와 고교 무상화 등 기존 정책에만도 약 2조2000억엔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된 예산은 1조4000억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중도개혁 연합은 정부계 펀드를 활용해 세수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식품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할 경우 첫해에는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22% 증가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성장 효과가 빠르게 소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악화 우려가 반영되면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2.275%까지 오른 데 이어 이날 한때 2.330%를 기록하며 1999년 2월 이후 약 2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부담 확대를 의미한다.
닛케이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일본 재정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특히 재원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규모 감세가 단행될 경우 다카이치 정권이 내세워온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 투자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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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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