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SGI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성장 페널티로 고용 질·생산성 ↓
규제·조세제도 전면 재설계 필요
성장 페널티로 고용 질·생산성 ↓
규제·조세제도 전면 재설계 필요
이에 기업들이 성장을 포기하거나 인위적으로 쪼개는 '안주 전략'을 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로 인한 연간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1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에서 "50인, 300인 등 고용인원 기준에 따른 규제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고용의 질과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구조적 왜곡으로 발생하는 GDP 손실은 약 4.8%로, 지난해 기준 약 111조원에 달한다. SGI는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를 해소하기만 해도 최근 3년간(2022~2025년) 경제성장분 누적 GDP 증가액(약 103조원)을 웃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별 차별 규제가 족쇄라면 경직된 노동시장은 그 충격을 증폭시키는 역할"이라며 "고용 후 유연한 조정이 어려운 구조가 경제 전반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업 성장 사다리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0~49인 규모 기업 중 5년 뒤에도 여전히 소기업에 머무는 비율은 60%로, 1990년대 40%에서 급격히 악화됐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확률은 2%대, 대기업 진입 확률은 0.05% 미만에 그쳤다.
이로 인해 기업 생태계는 혁신보다 생존에 집중하게 되고 퇴출되지 않는 '좀비기업'의 증가로 자본과 인력의 비효율이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4%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그런데도 이들 소기업이 제조업 고용의 42.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 고용 비중은 28.1%에 불과해 OECD 평균(47.6%)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SGI는 해법으로 △성과 연동형 지원체계 도입 △투자 중심 자금조달 생태계 육성 △성장 유인형 조세·지원제도 도입 등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성과 연동형 지원체계'는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는 과감히 지원하되, 성과가 낮은 기업에는 퇴출 유도 또는 지원 중단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아울러 담보 중심의 은행 대출을 벗어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활성화, 민간 모태펀드 등 모험자본을 통한 자금 공급 확대도 주문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혜택이 줄어드는 현재의 구조를 고용·투자 확대에 따라 혜택이 커지는 '보상 중심'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인식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실질적인 제도 이행"이라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와 조세제도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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