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단체, 정부·국회에 건의서
상법 3차 개정안 합리적 조정 촉구
비자발적 자사주 소각 의무 면제
자사주 소각 유예기간 연장 주장
상법 3차 개정안 합리적 조정 촉구
비자발적 자사주 소각 의무 면제
자사주 소각 유예기간 연장 주장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3차 개정 작업이 오는 3월 기업 주주총회 전, 이르면 1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으나 당정이 지난해 7월 상법 1차 개정 당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경제계에 약속했던 배임죄 정비는 해를 넘기도록 답보상태다. 문제는 올 하반기까지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법무부가 배임죄 연구용역 기한을 올해 하반기로 설정한 데다 6·3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경제형벌 합리화 작업의 핵심인 배임죄 논의가 동력을 잃고 표류 수순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합병 등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소각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는 재계의 요청마저 외면하면서, 상법 개정·배임죄 정비 논의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상법 3차 개정 일방통행"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상법 3차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개시를 하루 앞둔 이날 3차 개정안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촉구하는 한편, 배임죄 논의 지연에 대한 우려를 담은 8개 경제단체 공동의 의견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경제8단체는 우선 상법 3차 개정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법 3차 개정안의 취지가 '회사 재산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특정 주주에 유리하게 임의로 활용하는 행위 방지'인 만큼, 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소각 의무화 대상에 해당될 수 있으나 합병 등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소각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본금이 줄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자발적 취득 자기주식은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석유화학 등 구조 개편이 필요한 산업에서 인수합병(M&A) 중 취득한 자기주식을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면 사업 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산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배임죄 정비, 왜 약속 지키지 않나"
재계의 이 같은 우려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코스피5000시대 개막을 앞둔 여권은 증시 불쏘시개가 될 상법 3차 개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반면 지난해 1차 상법 개정 추진 당시 기업의 경영판단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약속한 배임죄 제도 개선 논의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문제는 대체 입법안 초안은 물론이고, 형법상 배임죄 폐지에 대한 여권 내 컨센서스도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명 '걸면 다 걸린다'는 배임죄는 조항의 모호성으로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마저 옭아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왔다. 지난해 상법 1차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되면서 기업 경영자는 물론이고 지시를 이행한 직원들까지 형사처벌 리스크가 확대된 상태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계 리더들이 "상법 개정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배임죄 등 과도한 경제 형벌을 합리화하는 보완 입법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법무부와 일본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4~2023년) 배임죄 기소 현황을 보면 일본이 연평균 31명인 반면, 한국은 무려 31배 많은 965명이나 된다. 현재도 법률 적용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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