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환율 여파 직격탄…韓수출기업 80% "가격 인하 압박 직면"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1 11:00

수정 2026.01.21 11:00

최대 리스크, 美관세 아닌 환율 변동성
수입원자재값 상승에 경영 부담 확대
해외 바이어 가격 인하 요구도 잇따라
수출기업 47.7% "원·달러 환율 안정 절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3.7원)보다 4.4원 오른 1478.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73.7원)보다 4.4원 오른 1478.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해외 바이어의 가격 인하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함께 오르면서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진 가운데, 수출 기업 절반은 올해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환율 안정'을 꼽으면서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2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수출기업의 2026년 경영환경 전망’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국내 기업들이 꼽은 올해 가장 큰 대외 리스크는 미국 관세(40.1%)가 아닌 환율 변동성 확대(43.5%)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 다수는 환율 상승이 초래한 △수입 원자재 가격 인상 △해외 바이어의 단가 인하 요구 △국내 물가 상승 등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해외 바이어로부터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았거나(40.5%), 향후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37.6%)고 응답한 비중은 78.1%에 달했다.

특히 수입 원자재·물류비 등의 상승으로 인해 “단가 인하 여력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72.5%에 이르러 수출 채산성 악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최우선 정부 정책으로는 ‘환율 안정(47.7%)’이 압도적인 1순위를 차지했으며, ‘주요국과의 협상을 통한 통상 리스크 최소화(27.8%)’가 뒤를 이었다. 무역협회는 “조사 대상 15개 전 품목군에서 모두 환율 안정을 1순위 정책으로 꼽았다”며 “업종 불문하고 환율 변동성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의 추격도 거세다. 수출기업이 평가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3년 전(95.8~97.0점)보다 높아진 99.1~99.3점(자사=100점 기준)으로, 기술·품질 격차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은 ‘저가 물량 공세(84.9%)’와 ‘빠르게 높아진 기술·품질 경쟁력(48.6%)’을 주요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102.7점) △가전(102.2점) △철강·비철금속(102.0점) 등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반면 △반도체(94.6점)와 △의료·정밀·광학기기(96.2점)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환율 변동성과 미국 보편관세 우려 등 대외 파고가 높지만, 우리 기업들은 매출 목표를 상향하고 투자를 유지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국가 간 통상 협상력을 발휘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출기업들은 올해 경영 화두를 뼈를 깎는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뜻의 ‘마부작침(磨斧作針)’로 표현했다.
매출 목표의 경우 응답 기업의 47.1%가 전년보다 상향 조정했고, 투자 계획은 80% 이상이 전년 수준 유지 또는 확대를 계획하면서 불확실성 속에서도 도전적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