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상호 교환해 경쟁을 제한한 4대 시중은행에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1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이 LTV 관련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이를 영업에 활용해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은 하나은행 869억원,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 515억원이다. 당초 조 단위 제재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최종 규모는 2700억원대로 확정됐다.
LTV는 부동산 담보물 가치에서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은행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영업전략이 반영된 LTV 정보를 수시로 교환했다. 각 은행 실무자들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정보를 주고받았으며, 대면 전달 후 엑셀 재입력, 원본 파기 등 흔적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정황도 확인됐다.
그 결과 4대 은행은 경쟁 은행의 LTV를 기준으로 자사 기준을 조정하는 내부 원칙을 운영해 지역·유형별 LTV를 경쟁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LTV는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보다 7.5%p 낮았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4대 은행이 차지하는 약 60%의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실질 경쟁을 약화시키고, 차주들의 은행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봤다. 차주들은 은행 간 경쟁으로 LTV 비율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 당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LTV가 낮을 경우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등 대출거래 조건 악화로 이어졌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대출 한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LTV 담합은 은행의 위험을 줄이는 대신 차주가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빌리지 못하게 만들고, 은행의 리스크를 돈을 빌리는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 2021년 시행된 공정거래법에 새롭게 규정된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금융은 물론 각 분야에서 관련 행위를 엄단하고, 유사 사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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