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명품백 싸다” 외국인 쇼핑 성지 된 한국 [고환율의 두얼굴]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1.21 18:29

수정 2026.01.21 19:01

원화 약세 이어지며 백화점에 해외 관광객 급증

"명품백 싸다” 외국인 쇼핑 성지 된 한국 [고환율의 두얼굴]

백화점 실적의 핵심 품목인 명품이 고환율 효과로 외국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양극화 소비경향으로 명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외국인 매출이 전체 실적에 힘을 보태는 양상이다.

신세계百, 작년 하반기 매출 67% 증가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요 백화점의 명품 카테고리는 일제히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하반기 명품 카테고리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명품 매출(15.6%) 증가율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명품 카테고리 전체 매출은 15.8% 증가한 반면, 외국인 명품 매출은 두배 이상인 33.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디올 등 하이엔드 럭셔리를 비롯해 미우미우, 발렌시아가, 고야드 등 주요 인기 브랜드 전반에서 외국인 고객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명품 가격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엔저 국면에서 일본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명품 브랜드 셀린느를 대거 구매하며 '일본 특산품'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고환율 환경에서는 한국 백화점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명품 쇼핑지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루이비통백 5개월새 체감가격 159弗 ↓

명품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원화 약세 시 국내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환율 수준에 따라 외국인 고객이 체감하는 달러 기준 가격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277만원에 판매되는 루이비통 알마 BB는 지난해 12월 월평균 환율(약 1470원)로 환산하면 약 1884달러 수준으로, 환율이 비교적 낮았던 7월 초(1356원) 기준 약 2043달러보다 체감가격이 약 159달러 낮다. 외국인 고객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 시 일종의 할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세금환급 등 더하면 사실상 할인받는 셈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라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이 뒤따르지만, 외국인 고객 입장에서는 '아직 이 정도면 자국보다 싸다'고 판단되는 시점과 가격대에서 구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택스리펀이나 외국인 대상 할인, 상품권 제공 등 프로모션이 더해지면 체감가격이 낮아져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면세점 대비 백화점의 상품 구성상 강점도 외국인 소비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면세점보다 브랜드와 상품 구성이 다양하고 신상품·인기 사이즈 확보가 수월해 개별 관광객(FIT)을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국면에서 외국인 명품 소비가 백화점 매출에 의미 있는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관광 수요 회복과 맞물려 외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명품 소비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